서재환 금호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소규모 도시정비시장 활성화 분위기를 기회로 삼아 주택부문 매출 확대의 고삐를 죄고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말 주택본부장 승진인사로 주택사업에 힘을 실어줬는데 올해 1월부터 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연이어 일감을 따내면서 수주 영업에 성과를 내고 있다.
26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심 주택공급 정책에 더욱 힘을 실으면서 올해 대규모 도시정비뿐 아니라 도심의 오래된 저층 주거지 등의 개발사업 일감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건설은 이런 시장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해 올해 소규모정비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호건설은 10여 년 전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에 오른 적도 있는 견실한 건설사지만 주택보다는 공항건설과 공공사업에 역량을 보여왔다.
주택부문에서도 2003년 아파트 브랜드 금호어울림을 내놓고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지만 대규모 정비시장은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문턱이 높다.
이와 비교하면 가로주택정비, 200세대 안팎 규모의 재건축, 재개발 등 소규모정비시장은 금호건설이 승산을 높다. 다시 말해 주택부문 실적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주택사업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서 사장에게 소규모 정비시장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소규모 정비사업 지원 확대와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약사업인 모아타운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소규모 정비사업의 사업성과 매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모아타운은 다가구, 다세대주택 등 소규모의 개별 필지들을 모아 하나의 대단지 아파트처럼 블록 단위로 공동개발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확대, 용도지역 변경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을 세워뒀다.
인천과 부산, 목포 등도 원도심의 주민들을 위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설명서 등을 내놓으면서 소규모 주거지역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을 유지하면서 노후한 주택을 소규모로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일반적 재건축, 재개발과 달리 구역지정과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행정절차도 간소해 사업 진행 속도도 빠르다.
국토부도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성 분석, 조합구성 등 전반적 부분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센터를 여는 등 적극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서 사장은 금호건설이 워크아웃 뒤 재도약을 꾀하던 2016년 대표에 올랐다.
그 뒤 수익성이 좋은 주택사업 확대를 통해 회사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향상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금호건설은 주택사업부문에서 2018년 매출 3325억 원, 2019년 4204억 원, 2020년에는 6531억 원을 거두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호건설이 지난해에도 주택사업부문 매출이 40%가량 늘어나고 전체 연결기준 매출은 2조 원대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 사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달성한 것이다.
서 사장은 올해 주택사업 강화 기조를 지속해 이런 성장세에 더욱 탄력을 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호건설은 올해 초부터 소규모 정비사업 2개를 연달아 수주하면서 주택사업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호건설은 올해 1월 초 대구 수성구 중동 555-1번지 일대에 아파트 200세대를 짓는 대구 서울중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 성신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도 따냈다. 용현 성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627-85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3층 아파트 2개동, 211세대와 오피스텔 140실을 짓는 사업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올해 초 도시정비 마수걸이 수주로 약 1120억 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수주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