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출신 인사가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진 부회장이 각종 유통규제 등에 대한 해법으로 관피아 사외이사를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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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신세계그룹 상장사 7곳의 사외이사 17명 가운데 14명이 관료출신이라고 25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밝혔다. 사외이사 중 관료출신 인사 비중이 82.4%에 이르는 셈이다.
CEO스코어는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 238개 상장사의 사외이사(1분기 보고서 기준) 출신 이력을 조사했다. 신세계그룹의 관피아 사외이사 비중은 조사 대상인 49개 기업집단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영풍그룹(69.2%), 현대산업개발(66.7%), 롯데그룹(65.5%), 동국제강(63.2%), CJ그룹(60.7) 순으로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았다. 49개 기업집단 평균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36.9%였다.
특히 신세계그룹 내 유통 식음료 패션 계열사의 관피아 사외이사 비중은 100%였다.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푸드 신세계아이앤씨 등 계열사 4곳에서 모든 사외이사가 관료출신이었다.
신세계그룹에서 관피아 사외이사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은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신세계그룹은 2~3년 전부터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이마트에 대한 출점과 영업 규제가 강화되자 상품공급점 ‘이마트 에브리데이’ 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낙인 찍혔고 역시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가기까지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변종SSM 사업을 중단하겠다”며 “모든 게 제 불찰이고 반성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신세계그룹은 언제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각종 규제 등 공권력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관피아 사외이사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EO스코어는 “관피아 역풍이 거세지만 대기업들조차 각종 규제 등 공권력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권력기관 출신 관료들을 대거 영입하기 때문”이라며 “사외이사가 대주주 일가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기업이 오히려 외풍을 막는 바람막이로 악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