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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
동부제철의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이 무산됐다.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했다. 산업은행은 개별매각으로 선회했다.
이번 매각무산으로 동부그룹 자구책은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은행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동부제철에 대해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정상화 추진을 요구했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2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개별매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포스코가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처다.
류 수석부행장은 인수의향자가 많은 동부당진발전의 경우 이달 중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즉시 매각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띄는 인수 움직임이 없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다른 채권단 은행 및 동부그룹과 협의해 추후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자산가치만 6700억 원에 이르러 국내 철강업체만 바라볼 수 없다”며 “중국 철강업체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가 관심을 보인다는 동부그룹의 주장을 부인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부터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수자를 찾았으나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데다 경쟁입찰 방식 매각을 추진할 경우 시간이 너무 걸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포스코에 인수를 요청했다. 류 부행장은 “같은 분야 기업이자 발전사업에 관심이 있는 포스코가 고려 가능한 잠재적 매수자였다”며 “인수가치가 높은 동부당진발전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묶어 매수하는 방안을 포스코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로부터 인수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지난 23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류 부행장은 “김준기 동부 회장을 만나 자율협약에 의한 동부제철 정상화 추진을 요청했고 김 회장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자율협약은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 수위가 높은 구조조정 방식이다. 자유협약을 맺은 기업은 일정기간 채무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오너는 나중에 다시 복귀를 하더라도 일단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동부제철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다. 채권단은 이를 논의해 자율협약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류 부행장은 “김 회장이 채권단의 정상화 노력에 긍정적 검토를 할 것”이라며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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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제철의 단기차입금은 6028억927만 원에 이르지만 현금성 자산은 359억2491만 원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동부제철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7월5일 700억 원, 8월26일 400억 원 등 모두 1100억 원에 이르고 잔여 만기가 1년 이하인 회사채가 총 2710억1300만 원이나 된다. 단기차입금도 6028억927만원이이며 부채비율도 307%에 이른다.
따라서 앞으로 차입금과 회사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높다.
다음은 류 부행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만약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어떤 구조조정 수단을 쓰더라도 기업쪽 신청이 있어야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자율협약은 이해관계자들이 한 발씩 양보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게 원칙이다. 어제 (김준기 회장과) 면담결과를 보면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
- 산은이 대체담보로 요구한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지분은 어떻게 되는 건가.
“김 부장의 지분을 동부가 담보로 내놓지 않는다고 자율협약이 중단될 것으로 보기 이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 김 부장이 김 회장의 특수 관계인(장남)에 해당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 부장 지분이 대체담보로 나오면 담보가치는 추가적으로 얼마 정도 올라갔나.
“소유지분의 수량은 파악할 수 있지만 그 가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실명제 때문에 지분을 담보로 얼마나 대출 받았는지 은행이 알 수도 없다. 소유 지분 수량에 현재 주가를 곱해 가치를 추산할 수밖에 없다.”
- 동부 당진발전과 인천공장을 묶은 패키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까닭은.
“포스코가 예상보다 인수 시너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인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채권은행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당진발전과 인천공장을 나눠 팔면 매각 가능성이 있나.
“당진발전은 시장에서 수요가 있으니 빠른 시간 내에 매각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천공장은 매수자들이 딱히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
- 동부제철 제2금융권 여신과 채권이 많아 워크아웃으로 가는 것 아닌지.
“제2금융권 여신이 많으면 채권단 협조를 받기가 어려워 워크아웃으로 갈 가능성도 있지만 동부제철 상황은 자율협약으로 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 채권단에 신용보증기금이 있는데 같은 금융기관이니까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본다.”
- 동부가 김 회장의 사재를 동부인베스트먼트 출자전환에 쓰겠다고 했는데.
“산은은 동부제철이 제조기업이고 주력 계열사이기 때문에 채권단과 대주주가 함께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할거라고 기대한다.”
- 동부제철의 계열분리 계획이 없나.
“계열분리는 현재 상황에 맞지 않다.”
- 향후 자율협약과 관련한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이번주 안으로 동부와 최종합의를 하고 내주 초에 채권단과 논의해서 자율협약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이라는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동부제철의 경우 세계 철강공급 과잉에 해운 경기 불황까지 겹치다 보니 영업현금흐름이 창출되지 않았다. 그동안 있는 자산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보충해 왔다. 근본적 경기 흐름이 너무 좋지 않다보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
- 동부그룹의 경우 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이 있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데 이견이 있었던 것뿐이지 갈등은 아니다.”
- 김준기 동부 회장의 경영권은 유지되는 건가.
“채권은행의 목표는 기업의 정상화지 누구에게 경영권을 주느냐가 아니다. 경영권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