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1-12-28 15:58:57
확대축소
공유하기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게 내년에는 더 높은 수준의 리스크 관리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하락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이 부실화할 위험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전달보다 9포인트 하락한 107로 조사됐다.
12월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해 5월에 96으로 조사된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8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주택가격전망CSI 지수는 현재 시점에서 1년 뒤 집값을 전망한 소비자심리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실제 올해 하반기 이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하락 전환 가능성까지 커진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은 27일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업무계획 발표에서 “최근 주요 시장 지표가 일제히 안정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추세적 하락 움직임은 보다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주택 46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집값 하락 흐름에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집값 하락은 권 사장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 줄 수가 있다.
주택 시세의 하락으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이가 줄거나 역전되는 등 이른바 '깡통 전세' 현상이 벌어지면 보증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체 보증실적 가운데 전세보증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세보증 실적은 25조4365억 원으로 전체 보증실적의 23.3%에 이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양보증은 29조9585억 원으로 27.5%를 차지했지만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
참고로 2017년에는 분양보증이 56조7592억 원으로 41.5% 였고 임대보증금 보증이 12조8091억 원으로 9.4% 였다. 전세보증은 9조4931억 원으로 6.9%에 그쳤다.
이처럼 전세보증 비중이 커지는 만큼 보증사고 건수와 사고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올해 11월까지 발생한 전세보증보험 사고건수는 2473건, 사고금액은 5048억 원으로 이미 연간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2408건, 4682억 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 가입요건이 내년 1월3일부터는 수도권 기준 기존 전세금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된다는 점도 보증사고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이미 보증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매매가격을 부풀려 보증에 가입하는 사례를 예방하고자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매매 가격보다 공시가격을 우선 적용할 것”이라며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유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홍보하고 전세사기 예방센터도 구축해 전세 사기 사례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내년에도 가계대출 규제를 이어가면서 공적 보증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사고 부담을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나친 공적 보증은 금융사가 위험요인의 신중한 검토 없이 과도한 대출을 실시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22일 내놓은 ‘2022 정부 업무보고’에서 “2022년에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총량관리에 기반하되 시스템관리를 강화해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서민, 취약계층 보호조치도 병행할 것”이라며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적립제도 시범시행, 공정보증부 전세대출 구조의 적정성 점검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