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회사 한미반도체가 후공정(OSAT)장비의 크기별 제품군을 다양하게 갖춰가고 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시장 성장세에 따른 반도체 후공정장비 수요 증가의 수혜를 극대화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한미반도체에 따르면 12인치 크기의 마이크로쏘(MIcro Saw) 개발로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패키지의 특징에 맞춘 장비를 공급한다는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쏘는 시스템반도체 패키지를 절단하는 데 쓰이는 후공정 필수장비다. 단일 장비로 판매되기보다는 반도체 검사 및 적재 공정에 쓰이는 장비 비전플레이스먼트(Vision Placement)와 결합된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MSVP)의 형태로 많이 판매된다.
이날 한미반도체는 12인치 마이크로쏘를 17일 정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첫 모델인 10인치 제품, 10월 대형 플라스틱회로기판(PCB)용 20인치 제품을 각각 출시한 데 이은 3번째 라인업이다.
곽동신 부회장은 “마이크로쏘 전문기업답게 다양한 크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며 “기존 모델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었던 고객사의 세밀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강자다.
다만 6월 자체 생산으로 마이크로쏘를 처음 내놓기 전까지는 이를 디스코(DISCO) 등 일본 장비회사로부터 수입해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를 생산해왔다.
처음 장비를 국산화한지 반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곽 부회장이 한미반도체를 ‘마이크로쏘 전문기업’이라고 언급하는 데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12월17일 한미반도체의 12인치 마이크로쏘 출시를 기념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는 6월 마이크로쏘 국산화에 맞춰 인천에 마이크로쏘 전용 신공장까지 준공했다.
신공장의 특징은 반도체장비 설계부터 주물(녹인 철을 틀에 넣고 굳혀 형태를 잡는 것), 가공, 소프트웨어 탑재, 조립, 검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장비회사들이 장비부품은 외주에 의존하고 조립에만 집중한다. 이와 비교해 곽 부회장이 구축한 부품 차원의 수직계열화 체계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는 생산라인에서 거대한 밀링머신과 다양한 공작기계들을 활용해 주요 부품들을 직접 제작하고 생산한다”며 “일본 디스코의 2020년 영업이익률이 29%였음을 고려할 때 한미반도체도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부품 내재화는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장비 납기를 단축해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를 더 많이 수주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라인업까지 다양하게 갖춘 만큼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로쏘 납기 단축에 따른 수주 증가분 이상으로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 수주가 늘어나는 것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시스템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스템반도체산업은 2019년 2269억 달러(270조 원가량)에서 2025년 3389억 달러(403조 원가량)까지 연 평균 7.6%씩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곽 부회장은 한미반도체가 시스템반도체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셈이다.
이에 앞서 9월 한미반도체는 2021년 실적 목표를 연결기준 매출 39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초 곽 부회장이 내세운 목표 3080억 원에서 상향 조정했다.
한미반도체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2715억 원을 거둔 만큼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해보면 한미반도체는 내년 연결기준 매출 4391억 원, 2023년 4984억 원을 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쏘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로쏘 내재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제품 다변화를 통한 실적 성장의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 한미반도체가 6월 인천에 준공한 마이크로쏘 전용 신공장. <한미반도체> |
곽동신 부회장에게 마이크로쏘 국산화는 아버지인 곽노권 한미반도체 회장이 닦은 반도체장비 국산화의 길을 따라가며 거둔 성과 중 하나다.
곽노권 회장은 1938년 태어났다. 모토로라 엔지니어 출신으로 1980년 처음 한미반도체(당시 한미금형)을 설립했다.
EMI실드(전자파 차폐막)장비나 레이저장비 등 다양한 반도체장비들을 국산화하며 한미반도체를 반도체장비업계의 대표기업 가운데 하나로 키워 왔다.
곽동신 부회장은 1974년 태어나 1998년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뒤 2007년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그는 곽노권 회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장비 국산화에 힘썼다. 2012년 반도체기판 생산에 쓰이는 플립칩 본더 장비를 내재화했고 올해는 마이크로쏘의 내재화에도 성공했다.
곽 부회장은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한미반도체 지분 34.94%(1728만122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