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2022년 생산 계획을 놓고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들어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의 새 집행부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준오 후보가 지부장으로 당선된 만큼 내년 단체교섭에서 고용 안정 등을 놓고 노조와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새 집행부 선출을 놓고 결선투표를 벌인 결과 김준오 지부장 후보가 이끄는 팀이 전체 3686표를 얻어 56.7%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지부장 당선인은 공약으로 부평 1공장 신차배정과 생산 중단이 예상되는 부평2공장의 1교대 유지 및 전기차 유치, 창원공장과 관련해서는 차세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이후 새 물량 유치 등을 내걸었다.
김 당선인의 임기는 2022년 1월부터 2년 동안이다.
카젬 사장으로서는 당장 내년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현재 김성갑 한국GM 지부장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노사관계가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제로 생산 중단이 예상되는 부평2공장 등의 문제를 놓고 노사가 첨예한 대립을 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말리부와 트랙스 등이 단종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후속 생산물량 배정을 확정받지 못하면서 한국GM 내부에서는 고용과 관련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오토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으로 예정된 말리부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 대신 2023년부터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한국GM에서 차세대 글로벌 모델인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이후 배정된 생산 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노조로서도 고용 보장을 위해 파업 등을 무기로 회사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빠르게 교섭을 마무리한 뒤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내한을 계기로 한국법인의 전기차 물량 배정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키퍼 부사장은 11월 미디어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한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 10종은 전량 GM에서 수입돼 판매될 것이다"며 "차세대 글로벌 차종인 CUV(크로스오버 차량) 이외에 한국GM에서 추가 제품을 생산할 계획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카젬 사장으로서는 취임 뒤 과제인 경영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셈이다.
한국GM은 내수 판매와 수출을 모두 하고 있지만 수출 실적 의존도가 훨씬 높다.
한국GM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에서 자동차를 5만1773대, 수출로 17만1740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판매를 위해 GM 차량 수입한다 하더라도 노조가 내년부터 파업 등을 무기로 회사를 강하게 압박한다면 생산 차질이 빚어져 수출 물량 감소 만큼은 피하기 힘들어진다.
실제로 2020년 한국GM 내부적으로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2020년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면서 생산차질을 빚어 결과적으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GM는 생산규모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에 놓여 있는 데다 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까지 발생한다면 고정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카젬 사장이 한국GM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던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도 한국GM의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 이후 7년 동안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누적 순손실 규모만 3조4천억 원에 이른다.
특히 전기차 물량 배정을 놓고 노사 갈등이 첨예하게 대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주요 자동차기업 노조들이 전기차 시대 확산을 맞아 고용 불안이 커지며 강성으로 돌아서고 있다.
더구나 한국GM은 GM본사로부터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배정받지도 못하면서 KDB산업은행과 약정 기간이 끝나는 2018년 뒤 생산법인 철수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고용 보장과 관련해 노사 갈등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 이어 한국GM도 강성 노조가 유지되면서 내년 단체교섭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조로서는 고용 안정을 위해서 더욱 강도 높은 파업 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