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그 동안 SK에너지는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제로마진'이나 다름없는 알뜰주유소 시장에 SK에너지가 뛰어들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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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이사 |
20일 정유업계 발표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공급권 선정을 위한 1부시장 우선협상대상자를 23일 가린다. 석유 가격을 가장 낮게 쓴 업체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가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만큼 입찰가격을 가장 낮게 제시하면 다른 정유사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SK에너지가 가격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지에 따라 이번 입찰의 최종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점쳐진다.
SK에너지는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SK에너지가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기 위해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 매출확보를 위해서다.
SK에너지는 최근 실적이 줄면서 국내 주유소 수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너지가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게 되면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이상 한국석유공사에 대량으로 기름을 팔 수 있다. 지난 2년간 SK에너지는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얻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알뜰주유소 공급권은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가져갔다. 이 두 회사는 내수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지난 2012년 1월 22.2%에서 올해 4월 23.1%로 올랐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16.3%에서 18.7%로 상승했다. 반면 SK에너지의 점유율은 지난해 29.8%, 올 1분기 28.3%로 줄어드는 추세다.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가 그 만큼 내수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너지는 최근 해외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안정적 매출 확보를 위해서도 알뜰주유소가 절실하다. 정유회사들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가장 큰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시장의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해외시장에서 SK에너지의 매출도 줄었다.
SK에너지의 사업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마진이 박한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에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주유소 영업부서에서 내수점유율을 지키는 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SK에너지가 점유율 1위 수성전략으로 알뜰주유소를 노리게 됐다는 얘기다.
이달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1부시장의 입찰자는 유류공급을 위한 유통망을 갖춰야 한다. 사실상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사만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와 석유공사는 공동입찰 공동구매 방식으로 이들 가운데 1~2개 정유회사를 선정해 저가의 물량을 확보한 다음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게 된다.
정부는 올 2015년까지 알뜰주유소를 1300개 수준으로 확장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유회사들의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알뜰주유소 제3차 유류공급사 2부시장 낙찰자는 20일 삼성토탈로 결정됐다. 삼성토탈은 다음달 7월 1일부터 매달 휘발유와 경유 10만 배럴씩을 한국석유공사에게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