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중금리대출시장을 두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디지털플랫폼을 앞세워 저축은행업계의 주요 먹거리인 중금리대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신 사장은 디지털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영업기반을 확대하면서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15일 KB저축은행에 따르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플랫폼 '키위뱅크(kiwibank)'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새로운 클라우드망 구축과 발맞춰 2022년 하반기를 목표로 키위뱅크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새로운 IT기반 아래 빅테이터 등 신기술 활용도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사장은 키위뱅크뿐 아니라 회사의 모든 전산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을 같은 기간 안에 마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앞서 5일 KB저축은행은 키위뱅크를 통해 오픈뱅킹서비스를 선보이고 연 4%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치며 고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10월27일 공개된 KB국민은행의 확장형 플랫폼 KB스타뱅킹에서도 KB저축은행의 대출한도 조회 등 기능을 제공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신 사장이 '디지털'에 힘을 주는 이유는 중금리대출시장에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경쟁자들이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인터넷전문 은행들은 전체 여신 대비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케이뱅크는 21.5%, 카카오뱅크는 20.8%, 토스뱅크는 34.9% 등이다.
향후 강력한 경쟁자들이 저축은행업계가 주요 수익원으로 삼았던 중금리대출시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3분기 KB저축은행은 누적 순이익 156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늘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KB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KB저축은행은 최근 영업기반 확대를 위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앞서 KB저축은행은 6월 7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신 사장은 조달된 자금을 통해 중금리 대출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중은행들이 대출문턱을 높이고 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갈 곳 없는 수요를 저축은행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실제로 KB저축은행의 3분기 중금리대출잔액은 65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넘게 뛰었다.
KB저축은행은 이 과정에서 급격한 대출규모 확대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9월 KB저축은행이 신용대출상품 한도를 올리고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대출규모를 지나치게 키웠다고 짚었다.
다만 정부가 대출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실적 급증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신 사장이 미래성장동력으로 디지털금융을 꼽고 힘주고 있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신 사장은 2018년 1월부터 4년째 KB저축은행을 이끌어오고 있다.
KB금융그룹에서 통상적으로 경영자에게 부여하는 2+1(첫 해 2년 임기에 연임 1년)에서 한번 더 연임하면서
윤종규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공격적인 중금리대출 확대와 디지털 기반 다지기 성과를 바탕으로 연말인사에서 연임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신 사장은 1962년 출생으로 KB국민은행의 전신인 주택은행 출신이다.
임기 중 차별화된 디지털 강화전략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혁신뿐 아니라 사내 e스포츠 대회를 여는 등 수평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