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실적부진에 노조와 갈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 사장은 창립 52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활로 찾기에 나섰다.
◆ 잇단 실적악화로 돌파구 마련 중인 대신증권
대신증권은 희망퇴직 신청자 총 302명에 대해 퇴직을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올해 3월 말 기준 2054명의 직원 가운데 14.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최근 발표한 증권사 퇴직자수에 따르면 동양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증권 다음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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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
대신증권은 올해 상반기 1962년 창립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대리급 이상은 근속연수 5년 이상, 사원급은 8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자는 근속연수에 따라 10∼24개월치 급여가 지급된다. 20년 이상 1급 부장급 사원의 경우 최대 2억5천만 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대신증권은 중형 증권사임에도 일부 대형 증권사보다 많은 퇴직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위기 이후 한 때 ‘증권사 빅3’로 통했던 대신증권 위상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신증권은 최근 5년새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중위권 순위에 머물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14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계속되는 실적악화로 외환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신증권은 그동안 우리사주제도 등 잘 짜여진 복지정책으로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38%에 달할 정도로 인력이탈이 적었다.
나 사장은 인력감축과 함께 사업다각화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나 사장은 “사상 최악의 증시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신증권은 사업다각화와 자산관리역량 강화로 수익을 개선해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사장은 1985년 공채로 입사해 29년간 대신증권에 몸담은 ‘대신맨’이다. 서울 강서지역과 강남지역 본부장, 리테일사업본부장, 기업금융사업단장, 인재역량센터장 등을 거치며 ‘영업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201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나 사장은 취임 이후 우리F&I를 3685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하면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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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증권은 2010년 CI를 변경해 제2도약을 선언했지만 이후 실적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
◆ 구조조정 놓고 갈등
대신증권은 지난 5월 전국 77개 영업점과 본사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설명회를 진행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나 사장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7.7%가 명예퇴직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만큼 내부 직원들의 위기의식이 높은 상태로 향후 노사간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 구조조정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입장은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에 대한 찬성비율이 높게 나오도록 특정 설문문항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설문문항에서 경영위기 극복마련을 위한 5가지 대안중 구조조정을 선택하도록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조와 대립을 피하기 위해 회사쪽에서 제2노조를 만들어 노조에 부당개입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증권 노조는 지난 1월에야 설립됐다. 그만큼 오너십이 강한 회사다. 대신증권의 한 노조원은 “이제라도 노조를 통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대신증권에서 뿌리깊게 작용한 조직문화가 와해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 창업주 양재봉 회장이 2010년 작고한 탓에 과거 ‘동업자 정신’으로 똘똘 뭉쳐 성과를 만들어 냈던 분위기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런 조직 분위기에서 나 사장이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사업다각화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