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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오른쪽) |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잇달아 취하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벌이고 있는 ‘세기의 특허전쟁’이 끝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특허 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지난 12일과 13일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제출한 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했다고 14일 전했다.
양사가 항고를 취하한 소송은 지난해 8월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당시 ITC의 1심 판정에서 애플이 승리했다. ITC 결정에 따라 갤럭시S 4G와 갤럭시S2, 넥서스 10, 갤럭시탭 10.1 등 삼성전자 일부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ITC 판결이 부당하다며 각각 항고를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항고취하를 위해 미 항소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피항고인인 ITC와 다른 소송 참가자인 애플과 협의된 것”이라며 “양쪽 모두 자발적 소송취하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도 항고를 취하하면서 “삼성전자가 이번에 항고를 취하한 것은 ITC가 내린 삼성제품 수입금지 명령이 유효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플로리안 뮐러 포스페이턴츠 운영자는 “삼성제품의 수입금지 명령이 유효하다는 애플의 지적은 공식적으로 맞는 해석”이라면서도 “다만 상업적 측면에서 애플은 삼성과 벌인 ITC 특허전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뮐러의 지적대로 삼성전자는 이번에 항고를 취하하면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한 ITC의 결정을 그대로 인정하는 격이 됐다.
하지만 ITC 결정에 따라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가 된 제품들은 오래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사실상 삼성전자가 입을 타격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의 후속제품들은 이미 문제가 된 특허를 우회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항고를 취하한 데 대해 양사가 점차 실리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판매금지된 제품들이 대부분 구형이라 소송을 오래 끌어도 서로 얻을 것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이 지난달 구글과 벌이고 있는 모든 특허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소송취하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화해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애플은 지난달 16일 구글과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 두 회사 사이에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며 “다만 이번 합의가 삼성과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시 애플이 삼성전자와 특허전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애플이 구글을 피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특허전을 계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뮐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합의를 보지 않았다면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배상금을 추가로 요구했을 것”이라며 “애플이 수입금지에만 초점을 둔 것으로 볼 때 두 회사가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뮐러는 이번 항고 취하를 너무 과장해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뮐러는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에 여전히 애플과 구글 같은 명백한 해빙기의 흔적이 없다”면서 “두 회사의 어디선가 합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