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통령선거캠프를 해체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변수가 많이 남아 있어 그의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번 캠프 해체가 명예로운 출구전략의 수순이라는 시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최 전 원장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죽을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며 대선캠프 해체를 결정한 뒤 결심을 보였다.
그는 “엄중하고 급박한 시기에 큰 결단을 하는 것에 관한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나간다”고 덧붙였다.
전날 밤 최 전 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을 통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며 캠프 해체를 깜짝발표했다.
그의 글에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의존하며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반성도 담겨 있었다. 기존 방식대로 캠프를 운영한다면 본인이나 캠프에 합류한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이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내놓았다.
최 전 원장의 결단은 지지율 정체에서 비롯됐다.
여론 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실팅의 9월 2주차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은 직전 조사(8월 3주차)보다 4.2%포인트나 떨어진 2.2%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이 조사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10.7%포인트나 오르며 32.8%로 1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5.8%, 유승민 전 의원은 11.3%,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3.2%,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2.6%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아시아경제 의뢰를 받아 11~12일 이틀 동안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22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된다.
이런 지지율 추세로는 본경선 진출조차 불투명하다. 15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1차 경선 결과를 보면 최 전 원장을 비롯해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후보 등 8명이 2차 경선에 진출하게 됐다.
하지만 4명으로 압축되는 2차 경선에서는 생존이 불확실하다. 본경선 진출이 확실시되는 홍준표, 윤석열 후보와 격차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유승민, 원희룡, 황교안 후보를 뛰어 넘는 일도 버거워 보인다.
이에 기존 방식을 고수해서는 좀처럼 판세를 뒤엎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캠프 해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최 전 원장의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해 반전의 계기를 맞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기존 대세론 주자였던 윤 전 총장이 고발청부 등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애초 ‘윤석열 플랜B'로 부각됐던 최 전 원장에게 다시 관심이 쏠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등의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시선이 더 많다.
상승동력이 될 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캠프 해체에 따른 전력 감소와 같은 현실적 제약에 부딪칠 공산도 크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캠프 해체 결정이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명예로운 출구전략'으로 이어질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최 전 원장 캠프 인사들이 최 전 원장이 지지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거취와 관련해 곤혹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 전 원장이 한창 부각되던 시기에 당내 전현직 의원 등이 꽤 많이 캠프로 합류했다. 윤 전 총장 캠프와 세력 불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지율 부진이 이어지면 대세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캠프 해체가 1차적으로는 캠프 인사들의 출구를 터 준 결정일 수도 있는 셈이다.
최 전 원장 스스로도 명예로운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반문재인과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워 다른 당내 대선주자와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시나리오다.
최 전 원장은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갈등구도를 만들지 않은 데다 일정한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다른 당내 후보들로서는 어느 누구보다 최 전 원장과 협력을 고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
최재형 캠프가 중간에 나간 사람도 있고 캠프에 가담했던 일부 중진의원들도 관심을 끊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자발적으로 해체한 결정은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