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공명선거추진단을 운영하기로 의결했으며 전체적 상황 관리, 언론과 소통, 정무적 대처를 할 수 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기로 했다”며 “김 단장을 중심으로 앞으로 이런 사안에 관해 언론과 긴밀한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발청부 의혹의 불길이 당으로 옮겨붙자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겨레와 KBS 등은 김웅 의원에게 지난해 4월8일 '텔레그램' 메신저로 받아 당에 넘긴 고발장과 같은 해 8월 국민의힘이 실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을 고발하면서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이 판박이처럼 흡사하다고 보도했다.
애초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을 두고 지난해 4월 최강욱 대표에 대한 당의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당과 무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국민의힘이 고발하면서 김웅 의원이 받은 고발장을 그대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야당 커넥션' 의혹이 힘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해당 고발장이 당에 전달된 경로는 우리가 확인하지 못했다”며 “고발장 원문을 입수해서 어떤 경위인지 살피겠다. 이런 것도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의혹의 직접 당사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김웅 의원이란 점도 부담스럽다. 그는 전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이 이번 사태와 뭔가 연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깊어졌다.
이처럼 이준석 대표가 당 차원 대응에 나선 것은 당내 대선주자들의 우려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고발청부 의혹에 당이 끌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자칫 당까지 의혹에 휩쓸려 들어가면 대선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8일 연합뉴스TV에 나와 “윤석열 후보 측의 문제이지 당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도 이것을 당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자칫 당이 당할 수도 있는 판인데 경선기간 가운데 당이 특정 후보를 위해 나서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당이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사안을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이 진실을 밝혀 어느 쪽의 공작이나 여러 가지 조작이 들어가 있으면 한 팀이 돼 강력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판에서 다른 후보들의 정책이나 비전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의 의혹이 모든 이슈를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민의힘 자체에 관한 유권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리가 당무감사를 통해서 파악해야 되는 게 만약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이) 소통해 가면서 그런 걸 작성했다면 이거는 단순히 전달받은 것이 아니라 소통이 있었다고 하면 당이 더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작업은 곤란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 윤석열 후보에게 책임은 좀 덜 해질 수 있지만 당은 또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나는 더 철렁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이번 의혹을 윤 전 총장 개인의 문제라며 먼저 선을 긋고 나서기도 쉽지 않다.
윤 전 총장은 고발청부 의혹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록 홍준표 의원이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의 유력한 카드임에 분명하다. 당대표로서 그를 홀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의 정치공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핵심인물인 김웅 의원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적 증거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냄새나 풍기지 말고 진상을 명백히 확인해서 신속히 결론을 내달라”며 “인터넷 매체가 치고 나가는 것을 여권 정치인이 떠들고 검찰이 나서는 것을 보니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공작과 뭐가 다르나”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