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의원은 정치 여정 내내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의견을 전달해 왔다.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점이 그의 정치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 전 의원이 과감하다 못해 과격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이런 변신을 두고 대선을 향한 절박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이 사실상 그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해왔고 실제 이번에 대선 도전에 실패하면 다음을 기약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대선으로 가는 길은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비록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선두인 윤 전 총장이나 그 뒤를 잇는 홍준표 의원과 격차가 여전히 작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8월 4주차(27~28일)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은 3.4%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이재명 지사는 29.1%, 윤 전 총장은 27.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3.6%, 홍준표 의원은 9.4%였다.
조사는 TBS 의뢰로 27~28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15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본선은커녕 당내 경선에서 3등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해왔던 차분하고 논리적인 정치 스타일을 고수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유 전 의원의 약점으로 대중적 호소력이 약하다는 점을 꼽는다. 경제 전문성과 정책 역량, 합리적 성격 등 많은 강점을 갖췄음에도 자신의 매력을 대중에 인식시키는 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던 무대가 지난 19대 대선이다. 당시 대선에는 민주당과 보수진영 사이 대결 뿐 아니라 보수진영 사이 주도권을 다투는 대결이 함께 펼쳐졌다.
유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은 각각 개혁보수와 정통보수를 대표하며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의 득표율은 6.76%로 홍 의원(24.03%)에 크게 못 미쳤다.
당시 유 전 의원의 패인으로 너무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꼽히기도 한다. 유 전 의원이 TV토론 등을 통해 논리정연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강한 어조와 화끈한 전달력을 보여줬던 홍 의원보다 대중적 매력은 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군다나 야권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도 대중적 호소력이 강한 인물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때부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윤 전 총장이 말 실수가 잦아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그의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는 순식간에 팬덤을 확장하고 선두 대선주자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당내 경선에서 홍 의원, 윤 전 총장 등 대중적 호소력이 강한 인물과 맞서야 하는 유 전 의원으로서도 이미지 변신이 꼭 필요한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방송된 MBN 특별 대담에서 앵커로부터 ‘이번에 굉장히 강하게 얘기하는 편인데 평소 선비 스타일이란 말을 많이 듣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생긴 것 때문에, 선천적으로”라며 일부 수긍했다.
다만 그는 “내가 옛날에 공부를 해서 학자, 선비 이미지 아니냐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며 “22년 동안 정치판에서 야당, 여당 하면서 강하게 해왔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훨씬 더 강하게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