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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절박한 유승민 말이 거칠어졌다, 선비에서 투사로 이미지 변신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9-01 16: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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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이 달라졌다. 온화하고 부드러웠던 평소 모습과 달리 거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가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절박함이 느껴진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으로 이번에는 '강한 유승민'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절박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572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유승민</a> 말이 거칠어졌다, 선비에서 투사로 이미지 변신
유승민 전 의원.

유 전 의원은 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말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고 얘기했다”며 “하나는 포함하고 하나는 안 한다는 변칙적 절충안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의 경선준비위원회에서 만든 경선규칙을 조금이라도 고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선규칙을 고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까지는 이해가 어렵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유불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거칠다는 점이다.

전날 유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경선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에서 확정한 경선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고 한다. 이는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은 끝장난다”며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홍원 위원장은 1944년 출생으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보수진영 원로다. 유 전 의원(1958년 출생)이 까마득한 선배를 거침없이 직격한 셈이다. 이제 막 선관위 업무를 시작했는데 곧바로 사퇴 이야기를 꺼낸 대목도 의외이다. 

여‧야의 대선 선두주자를 향한 견제도 매섭다.

유 전 의원 캠프는 8월3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기도 보은인사 논란을 놓고 “구린내 풀풀 나는 부정채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 동안 유 전 의원은 이 지사의 경제정책을 놓고 거듭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유 전 의원은 8월27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두고 “많은 국민이 국정이나 국가적 문제에 관한 고민을 안 해보고 준비되지 않은 후보를 두고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홍준표윤석열을 잡고 유승민홍준표를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공격적이고 거친 언사는 유 전 의원이 과거에 보여줬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은 정치 여정 내내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의견을 전달해 왔다.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점이 그의 정치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 전 의원이 과감하다 못해 과격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이런 변신을 두고 대선을 향한 절박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이 사실상 그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해왔고 실제 이번에 대선 도전에 실패하면 다음을 기약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대선으로 가는 길은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비록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선두인 윤 전 총장이나 그 뒤를 잇는 홍준표 의원과 격차가 여전히 작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8월 4주차(27~28일)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은 3.4%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이재명 지사는 29.1%, 윤 전 총장은 27.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3.6%, 홍준표 의원은 9.4%였다.

조사는 TBS 의뢰로 27~28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15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본선은커녕 당내 경선에서 3등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해왔던 차분하고 논리적인 정치 스타일을 고수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유 전 의원의 약점으로 대중적 호소력이 약하다는 점을 꼽는다. 경제 전문성과 정책 역량, 합리적 성격 등 많은 강점을 갖췄음에도 자신의 매력을 대중에 인식시키는 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던 무대가 지난 19대 대선이다. 당시 대선에는 민주당과 보수진영 사이 대결 뿐 아니라 보수진영 사이 주도권을 다투는 대결이 함께 펼쳐졌다.

유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은 각각 개혁보수와 정통보수를 대표하며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의 득표율은 6.76%로 홍 의원(24.03%)에 크게 못 미쳤다.

당시 유 전 의원의 패인으로 너무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꼽히기도 한다. 유 전 의원이 TV토론 등을 통해 논리정연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강한 어조와 화끈한 전달력을 보여줬던 홍 의원보다 대중적 매력은 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군다나 야권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도 대중적 호소력이 강한 인물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때부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윤 전 총장이 말 실수가 잦아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그의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는 순식간에 팬덤을 확장하고 선두 대선주자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당내 경선에서 홍 의원, 윤 전 총장 등 대중적 호소력이 강한 인물과 맞서야 하는 유 전 의원으로서도 이미지 변신이 꼭 필요한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방송된 MBN 특별 대담에서 앵커로부터 ‘이번에 굉장히 강하게 얘기하는 편인데 평소 선비 스타일이란 말을 많이 듣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생긴 것 때문에, 선천적으로”라며 일부 수긍했다.

다만 그는 “내가 옛날에 공부를 해서 학자, 선비 이미지 아니냐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며 “22년 동안 정치판에서 야당, 여당 하면서 강하게 해왔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훨씬 더 강하게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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