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회사들이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에 따른 수급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최근 중국 정부가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철강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단기적으로 철강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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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철강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근본적으로 수급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급개선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회사들이 열연제품 가격을 1월에 이어 추가로 인상했다.
포스코는 1월 열연가격을 1톤당 2만~3만 원 인상했는데 2월에 다시 가격을 비슷한 폭으로 올렸다. 현대제철도 3월 열연제품 출하물량에 대해 1톤당 가격을 1만~2만 원 높였다.
중국 철강회사들이 철강값을 올려 받으면서 국내 철강사들도 연이어 철강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철강회사들은 올해 들어 열연제품의 가격을 지난해 12월 저점에 비해 1톤당 38% 가까이 올렸다.
1월 중국 정부에서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뒤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억~1억5천만 톤의 철강설비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감축으로 생길 실직자들을 위해 1천억 위안(18조6천억 원) 규모의 특별 기금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분간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 속에 철강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관한 소식이 계속 들어오며 철강재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구조조정 정책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조정 관련 소식이 전해져 철강재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철강가격은 다소 등락은 있겠지만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2분기에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제품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급과잉이 해소될 만큼 감산이 이뤄지거나 수요가 늘어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공급감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할지와 함께 철강수요가 늘어날지 모두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초 중국에서 철강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 중소철강회사들이 감산을 실행하면서 재고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철강가격이 오른 뒤 이 회사들이 수익 회복을 위해 생산량을 다시 늘리면 철강가격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중국 철강회사들의 공장가동률은 다시 올라갔지만 흑자를 기록하는 철강회사의 비중은 지난해 11월 4.3%에서 춘절 이후 55.8%로 급증하는 등 업황 자체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부실한 중국 철강회사들이 연쇄도산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중국 철강업계 시황이 좋아지고 있어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라고 진단했다.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추진된다 해도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감산폭이 공급과잉 규모보다 작은 데다 앞으로 중국의 철강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중국 철강업계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1억~1억5천만 톤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 감산폭은 현재 공급과잉 규모인 3억~4억 톤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구조가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뀌면서 앞으로 중국 철강수요가 지난해와 비교해 1억6천만 톤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