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기업 공채 시즌의 막이 오르면서 재계 순위 1위인 삼성그룹 채용규모에 관심이 높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수준에서 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에 접어든 뒤 ‘삼성맨’ 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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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3월14일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에 돌입한다.
삼성그룹은 채용규모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에 비해 채용인원을 줄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만4천여 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지난해보다 500명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인원인 1만 명 이상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8천 명가량을 뽑기로 내부적으로 정했지만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이보다 수백 명 규모로 인원을 더 늘리는 방안도 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단연 1위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 등이 조사한 입사희망기업 선호도에서 SK그룹이나 CJ그룹 등에 비해 밀리고 있다. ‘삼성맨’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진 셈이다.
삼성그룹이 올해 채용인원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사업재편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계열사들에서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가 고강도로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과거 50대에 집중됐던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30대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탄생한 삼성물산도 연말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경영효율화 등을 위해 수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가 비슷한 사정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그룹의 13개 계열사 직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00여 명 줄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방산과 화학계열사들을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 이 곳의 직원들은 이미 소속이 옮겨졌다.
삼성카드와 제일기획 매각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설 등 사업재편에 따른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회사 직원들 입장에서도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최근 채용동향은 신규 인원을 줄이고 기존인력을 감축하는 반면 경력직만 소규모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채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따른 내실경영을 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 재계 1위답지 못한 '짠물경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다 팔고 줄이는 데만 힘을 쏟고 정작 인수합병 등 투자나 고용을 늘리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모두 245조716억 원으로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7조 원 이상(7.8%)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한 곳의 사내유보금만 해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45조631억 원으로 그룹 계열사 전체의 59.2%나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잉여현금 흐름도 9조5591억 원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 1조5507억 원에서 8조원 가량 늘었다.
잉여 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에서 세금과 영업비용 등 사업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현금흐름을 뺀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벌어들인 돈은 늘었는데 투자는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곳간에 쌓아둔 돈이 늘고 있는데도 적극 투자에 나서지 않으니 고용이 확대될 리도 만무하다. 물론 이런 상황이 삼성그룹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계 1위로서 삼성그룹의 위상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위기를 앞세운 선제적 긴축기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무슨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현상유지가 최선이라는 수비경영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삼성전자 한 곳이 국가경제 70%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상을 전환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그에 따라 고용을 늘리는 데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