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1-07-25 15: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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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20~30대 등 젊은 세대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 만큼 국민연금과 관련된 논의는 점점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국민연금공단 로고.
25일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내년 대통령선거를 맞아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대선주자들의 의사 표명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다.
특히 ‘경제 대통령’을 내걸고 있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2040세대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이제 폭탄 돌리기, 세대 사이 약탈을 멈추고 세대 사이 공정한 부담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7일 지지모임인 ‘희망오름포럼’을 출범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바로 잡겠다는 현정부의 실책으로 부채 불공정, 노동 불공정 등과 함께 ‘국민연금 고갈의 연금 불공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당 안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비교적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의원은 대표 공약으로 국민연금, 국민연금 외 각종 연기금,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금 등을 모아 새로운 국부펀드를 만들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대규모 국부펀드 조성을 통해 기금운용 수익금을 늘려 연금 고갈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부펀드를 통해 국민이 어떤 일을 하든 안정적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확대 및 가입비 지원 등을 통한 해법을 구상하고 있다.
이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놓고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노후 소득보장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 사안”이라며 “경기도에서 생애최초 청년 국민연금 가입지원제도를 시도했다가 무산됐지만 그 정신을 살려 가능하면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는 이른바 M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최근 정치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20대부터 30대까지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리고 있는 데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 미래를 향한 불안감이 크다. 이에 정치권을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4월 재보궐선거의 여당 패배, 제1야당의 첫 30대 당대표의 출현 등은 MZ세대의 표심이 다음 대선에서 여야 사이 승패를 가를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MZ세대로 분류되는 1980~2004년생은 전체 인구의 34%에 이른다.
이에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젊은 세대를 향한 구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가상공간에 사이버 선거캠프를 꾸렸으며,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힙합 복장을 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그와 닮았다는 ‘엉덩이 탐정’ 캐릭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내걸었다.
국회에서도 억압의 상징적 사례로 꼽히는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놓고 여야가 각각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내놓으며 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펼쳐지더라도 실제 다음 정부에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권, 학계 등 모두 이견이 없지만 한동안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방법 말고는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정치적 부담이 무척 큰 만큼 자칫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민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2018년에 4가지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시한 이후로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조차 국민연금 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면서 “남들 다 퍼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늘어 놓을 때 대선에서 표를 받아야 할 후보가 굳이 이런 인기 없는 공약을 내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