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하나금융지주는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20년 중간배당(주당 500원)보다 주당배당금이 40%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10.8%에서 11.6%로 0.8%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 주주들은 중간배당으로 적지 않은 배당수익을 누리게 됐다.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9.88%)은 200억 원가량을 중간배당으로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간배당에는 적극적 배당 확대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다른 금융지주들도 중간배당정책에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전부터 중간배당을 해온 김 회장이 배당 강화의 선봉에 선 것으로 여겨진다.
김 회장은 배당정책에서 다른 금융지주보다 주주친화적 모습을 보여왔다. 2020년까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간배당 규모도 꾸준히 늘어났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간배당이 제자리걸음을 하긴 했지만 하나금융지주는 배당 확대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도 지배구조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당규모가 부득이 다소 축소될 예정이지만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는대로 중간배당, 기말배당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정책 정상화를 통해 주주가치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 강화는 배당주로서 투자매력을 높이고 기업가치평가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전통적 금융업권에 맞서 빅테크(Big Tech)계열을 대표하는 카카오뱅크 상장이 임박한 시점이기에 금융권의 배당 확대가 더욱 주목받는다.
카카오뱅크는 20~21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희망 공모가격 최상단인 3만9천 원에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조5천억 원 수준으로 21일 종가기준 하나금융지주 시가총액 12조7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수요예측에 무려 2500조 원이 몰려 상장 이후 기업가치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보다 자산총액이 16배 많은 하나금융지주로서는 카카오뱅크의 고평가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0배로 카카오뱅크(3.43배)에 크게 뒤진다. 카카오뱅크 기업가치에 다소 거품이 있다고 해도 격차가 상당하다. 그만큼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배당이 강화되면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금융지주 중간배당을 놓고 김 회장의 고민이 읽힌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지주가 적어도 700원에서 750원 이상 중간배당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 범위의 최하단 수준으로 배당금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에 사상 최대실적을 낸 데다 2020년에는 중간배당을 하지 않은 하나은행이 총액 4천억 원의 중간배당을 하나금융지주에게 올려보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나금융투자 등 계열사 자본확충을 잇따라 진행했고 이날 하나캐피탈과 하나저축은행 유상증자도 발표했기 때문이다. 향후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배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6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배당제한 권고를 해제하면서 “코로나19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중한 배당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중간배당으로 하나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과 임직원들도 배당을 받는다.
우리사주조합(293만6120주)은 20억 원 남짓을 배당받는다. 김정태 회장은 주식 6만5668주를 보유하고 있어 4600만 원을, 함영주 부회장(1만132주) 700만 원, 지성규 부회장(1만9천 주) 1300만 원,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140만 원 등을 각각 수령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