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당분간 감옥에 갇히게 됐는데 그의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대법원 판결 뒤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지사는 21일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징역 2년형이 확정됨에 따라 조만간 교도소에 수감된다.
역대 민선 경남지사 가운데 형사처벌로 지사직을 상실한 첫 번째 사례다.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던 댓글조작 혐의를 끝내 벗어나지 못한 채 3년 만에 중도하차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2028년 4월까지 7년 동안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2024년 국회의원 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 등에 출마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형의 실효기간은 형 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계산한다. 3년 이하 징역·금고형의 실효기간은 5년이다. 2년 징역형을 고려하면 앞으로 7년 동안 발이 묶인다.
다만 김 전 지사는 1967년에 태어나 올해 55세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젊은 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정치적 사망선고라 하기 어려운 이유다.
피선거권을 다시 얻는 2028년에 그는 62세에 불과하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올해 62세다.
김 전 지사는 경남지사에 출마할 때부터 댓글조작 혐의가 발목을 잡자 정면돌파 의지를 보여왔다.
김 전 지사는 2018년 5월 경남도지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를 두고 “분명히 경고한다. 사람 잘못봤다”며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남자, 두드려 맞을수록 오히려 지지도가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의 주인공, 강철은 때릴수록 단단해진다고 한다. 저는 모든 것을 걸고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 뒤에도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와신상담을 거쳐 정치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 전 지사는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며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벽에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며 “저의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최종판단은 이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드려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작성한 1만 글자의 최후 진술문도 공개했다.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김 전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가까이서 모셨던 인연으로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던 저로서는 제 잘못 때문에 대통령님께 누를 끼치는 것을 늘 경계하면서 살아왔다”며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댓글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겨우 두세 번 만난 사람들과 불법적 범행을 공모한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특검에 되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고 적었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민주당 안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노무현의 꿈'을 현실화한 공적도 세웠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경남지역에 최초로 민주당의 깃발을 꽂았다. 경남지사는 2010년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제외하곤 줄곧 보수계열 정당이 차지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리는 이광재 의원은 2010년 보수의 텃밭이라던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도지사에 당선되면서 강원지역의 중심인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취임 7개월 만인 2011년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아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고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그는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공직선거 출마자격을 회복한 뒤 이듬해인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10년 만에 현실정치에 돌아온 것이다.
이 의원은 올해 들어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까지 진행했다. 2027년 대선을 노린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이번 일을 계기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평소 정치역정의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곁이 될 것이라 말해왔다.
그는 2020년 5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공직으로 제가 해야 하는 헌신은 경남지사가 마지막 헌신의 자리라고 본다”며 “은퇴하면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봉하마을에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한창 공사 중인데 완공되면 기념관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서울대 인류학과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을 하다가 3번 구속됐고 1994년부터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다 노무현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함께 내려왔다. 그 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보좌하면서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