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건물일체형태양광모듈(BIPV)이 적용된 경기도 판교 'LG 씽큐 홈'. < LG전자 > |
LG전자가 글로벌 친환경기조에 발맞춰 건물과 일체화한 태양광모듈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는 건물로부터 비롯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건축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인다.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면서도 건축 자재로 손색이 없는 태양광모듈에 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21일 LG전자는 ‘2020-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건물일체형태양광모듈(BIPV)을 올해 말 정식 출시해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은 말 그대로 건물 전체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제품을 말한다. 기존 태양광모듈과 달리 따로 구조물 없이 건물 외벽에 부착할 수 있고 건물 외장재를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LG전자뿐 아니라 한화솔루션 등 주요 태양광모듈기업은 최근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이 건물의 소비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태양광발전 효율을 높이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한국의 경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를 통해 친환경건물을 늘리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는 건물 에너지 자립률을 기준으로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에너지 자립률 100% 이상인 건물은 1등급을,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 40% 미만인 건물은 5등급을 받는다. 등급에 따라 건물 용적률과 높이가 건축기준 대비 최대 15%까지 완화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2020년부터 연면적 1천㎡ 이상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했다. 2025년부터는 연면적 1천㎡ 이상인 민간건축물 또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으로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와 비슷한 정책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은 2010년 건축물의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건물에너지 성능 규정(EPBD)’을 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의 새로운 건물들은 ‘사실상 제로에너지 빌딩(NZEB)’으로 지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0 유럽연합 제로에너지빌딩 현황과 성과’ 보고서에서 “사실상 제로에너지 빌딩은 내부나 부속건물로부터 생산한 신재생에너지원 에너지를 상당한 부분까지 사용하는 건물이다”며 “(유럽에서는) 2019년 신규 공공건물부터 시작해 2021년부터 모든 신규 건물이 사실상 제로에너지딩으로 지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 한국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로드맵. <제로에너지건축물 홈페이지 갈무리> |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확대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의 수요 증가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기존 태양광모듈만으로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과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 자립률을 달성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이 높아질수록 옥상 설치 위주의 태양광모듈은 효율이 떨어진다.
LG전자 미국 법인은 ‘단독 빌딩에 관한 에너지효율 분석(Building Energy Efficiency Analysis Stand-alone Retail Building and LG Multi V™ VRF Systems)’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제로빌딩은 대부분 태양광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며 “건물이 지붕이나 옥상만을 패널 설치장소로 활용한다고 가정할 때 단층 건물이 높은 건물보다 에너지제로를 달성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의 효용성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실제로 LG전자가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을 활용해 경기도 판교에 시범적으로 조성한 미래형 주택 ‘LG 씽큐 홈’은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
LG전자는 태양광패널 점유율이 1% 수준에 그치지만 패널을 제품화한 모듈 쪽에서는 상당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상업용 태양광모듈 점유율 12~13%를 보이며 한화큐셀에 이어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친환경건물에 관한 태양광모듈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LG전자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업기회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시장은 2019년 87억6천만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1.51% 성장해 2024년에는 15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권순황 LG전자 BS사업본부장 사장은 2020-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에너지시장 변화에 맞춰 고효율 태양광모듈, 전기차터리 관련사업 등 에너지 솔루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친환경 비즈니스 전환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 LG전자 건물일체형태양광모듈(BIPV)과 기존 태양광모듈 비교. < LG전자 > |
LG전자 건물일체형태양광모듈은 건물 외부 마감을 대체하는 식으로 쓰여 태양광발전 면적을 넓힌다. 또 모듈 발전효율은 16%로 LG전자가 추산한 경쟁사 제품의 효율과 비교해 1.4~4.3%포인트가량 더 높다.
미관상의 이점도 있다. 표면에 특수유리를 적용해 격자무늬 태양전지(셀)가 드러나지 않고 외곽 프레임도 없다. 유리 프린팅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존 태양광모듈보다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앞으로 LG 씽큐 홈과 유사한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친환경건물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LG 씽큐 홈은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과 함께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갖췄다.
최정훈 LG전자 BIPV사업 프로젝트 리더는 15일 LG전자 자체 사내 인터뷰에서 “건설 관련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외부 업체와 유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 제품뿐 아니라 설계, 시공, 유지보수에 이르는 총체적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