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강 본부장은 올해 기업들의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식시장 ‘큰손’으로서 주주권한을 강화하는 데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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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2016년도 제1차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배당관련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3월부터 배당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거나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을 선정해 기업과 대화를 통해 기업들이 합리적 배당정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12월에 국내 주식 배당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선정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4월까지 배당정책 등에서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포커스리스트(중점관리기업)로 지정해 압박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우선 대상 기업명단을 비공개로 하되 저배당을 지속할 경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쳐 기업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배당정책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수립하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자산운용분야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투자신탁 국제운용팀장, 현대투자신탁 런던사무소장,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마케팅본부장,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마케팅본부장, ABN암로자산운용 한국대표에 이어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이사를 거쳤다. 그러나 글로벌자산운용에서 역량을 쌓아온 만큼 기금운용 관련 경험부족이 약점으로 꼽힌다.
강 본부장도 2월16일 취임한 뒤 “국민 돈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배당성향이 매우 낮은 기업에 대해선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전담팀을 꾸리고 저배당 기업에 대한 ‘블랙리스트’ 카드까지 꺼내들어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규모는 512조 원에 이르며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대략 260~27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이처럼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지만 투자기업의 주주총회 등에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2015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은 4.57%(잠정)를 나타냈다. 목표 운용수익률 5.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주식이 1.67%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해외주식 5.73%, 국내채권 4.29%, 해외채권 1.52%, 국내대체투자 8.98%, 해외대체투자 14.9% 등으로 국내외 부동산투자에서 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평균 수익률은 4.7%, 최근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5.5%로 잡정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수익성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업들의 배당확대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2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15 사업연도 실적에 대한 현금배당을 공시한 상장법인(유가증권·코스닥시장 합계)은 746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으며 현금배당 총액도 17조905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8.1%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현금배당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2조9198억 원)이었으며 그 뒤를 한국전력(1조9900억 원), 현대자동차(8108억 원), SK텔레콤(6354억 원), 신한지주(6309억 원), 포스코(4799억 원) 등 순으로 이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