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액화천연가스(LNG)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면서 새롭게 열리는 수소산업에서도 영향력을 키워나가는데 힘을 쏟고 있다.
13일
채희봉 사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 카타르, 유럽 등을 방문하는 해외출장에 올라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채 사장이 카타르 다음으로 유럽을 방문해 현지기업과 한국가스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사장은 이번 해외출장의 주요 목적지인 카타르에서 반가운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현지 시각으로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 석유공사와 2025년부터 2044년까지 연간 200만 톤 규모의 액화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장기 도입계약을 맺었다.
가스공사가 현재 3건의 장기 도입계약을 통해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 물량은 연간 900만 톤 정도다.
장기 도입계약 가운데 490만 톤 규모의 계약 1건이 2024년에 종료되는 만큼 이를 대체할 장기 도입계약이 필요했다.
이번 장기 도입계약은 지금까지 가스공사가 체결한 장기계약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으로 이뤄냈고 증량 및 감량권, 일정 물량의 취소권 등 유리한 조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사장은 “이번 계약으로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요금 인하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가스공사가 최근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민간기업의 직도입 움직임에 대응하는 데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등은 6월24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아 사단법인 ‘LNG직도입협회’를 만들었다. 민간기업의 적극적 움직임은 가스공사의 가스시장 주도권에 강력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민간기업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액화천연가스를 직접 수입하려는 주된 이유가 가격에 있는 만큼 가스공사가 이번 장기계약을 통해 경쟁력있는 가격을 확보하게 돼 앞으로 국내 가스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주도권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설립목적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격도 안정화하는 것인 만큼 충분한 천연가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스공사가 천연가스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일은 중요한 미래 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수소산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채 사장은 미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가스공사의 수소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데 주로 활용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천연가스를 고온으로 분해(개질)하는 방법,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수전해),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부생수소 활용 등이 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기업이나 철강 기업이 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생산량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수전해는 아직 경제성이 낮다.
현실적으로 가장 선택하기 쉽고 경제성이 있는 방법은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김해수소충전소에 연말까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수소 제조설비를 설치해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에서는 천연가스 인프라와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의 생산, 공급, 유통 등 모든 수소 밸류체인에 참여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