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또 다시 지원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에서 현금창출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자체적으로도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자회사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대한항공에 짙게 드리운 한진해운 리스크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에 또다시 나서면서 대한항공이 안고 있는 한진해운 리스크를 경계하는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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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24일 발행한 영구채 2200억 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 대여나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해운을 지원해 왔다.
대한항공은 본업인 항공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몇 년 동안 이어진 대규모 투자와 영업외손실로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더욱이 앞으로 돈 들어갈 곳도 많다. 항공기 도입과 호텔, 레저사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266억 원을 거뒀다. 저유가 호재를 톡톡히 누리며 2014년보다 영업이익이 58.6%나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당기순손실 7030억 원을 봐 2014년의 4578억 원보다 올히려 손실폭이 커졌다. 달러화가 오르면서 환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유류비와 정비료, 보험료는 물론이고 항공기 구입 비용 대부분을 미국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외화 부채가 많은 탓에 환율이 오르면 이자 비용도 늘어난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올해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25일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오르면 약 92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외화순부채는 92억 달러(약 10조8천억 원) 수준이다.
환율 부담 때문에 해외여행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탄탄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이자 부담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규모 투자 앞둬
대한항공은 대규모 투자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까지 8조7천억 원을 투입해 신규 항공기 62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올해에만 2조5천억 원가량이 신규 항공기 도입에 쓰인다.
대한항공은 항공기를 도입할 때 대부분 구매하거나 금융리스를 이용한다.
항공기 리스는 크게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로 나뉜다. 리스 계약이 만료될 때 사용 항공기를 다시 반납하면 운용리스, 임대기간 만료 뒤에 항공기를 매입하면 금융리스라고 한다.
금융리스는 일종의 할부 구매로 운용리스보다 부채비율 부담이 크다. 결제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기에 외화부채를 늘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올해 호텔 투자도 이어간다.
대한항공은 미국 LA에 짓고 있는 윌셔그랜드호텔에 대해 2017년 말까지 단계적 증자를 통해 약 38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대한항공의 별도기준 총 차입금은 2010년 11조5천억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5조5천억 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09.1%에서 1157.5%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만기인 공모 회사채 규모만 해도 약 9천억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