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상청의 예보를 종합하면 올해 장마는 7월2일 제주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가장 늦은 장마였던 1982년 7월5일 이후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다.
특히 올해 장마는 저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강수영역, 강수시점이 매우 가변적이고 초반부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정체전선과 저기압이 어우러지는 형태로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체전선의 북상을 막았던 차고 건조한 공기의 세력이 약해지지만 장마기간에 남아 있을 수도 있어 순식간에 벌어지는 집중호우나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올해 장마에 변수가 많은 만큼 댐 수위 조절 등 홍수 대비의 역할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로서는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올해 홍수 대비를 놓고 예년보다 강화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모든 댐은 여름철에 홍수기 제한수위를 두는데 댐 건설 당시 설정된 수위를 지금까지 변경없이 적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수위기준을 더 낮춘 월별기준수위가 새로 마련됐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금강수계 지역에서 6월 기준수위를 기존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낮춰 운영하고 있다.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용담댐의 6월 기준수위는 홍수기 제한수위 261.5m보다 4.8m 낮춘 256.7m로 설정했다. 홍수 조절량은 2억6천만 톤이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있는 대청댐 역시 홍수기 제한수위 76.5m보다 2.6m 낮은 73.9m로 수위를 설정해 홍수 조절량 4억6천만 톤을 확보했다.
그밖에 전북 임실의 섬진강댐의 제한수위를 7월 말까지 188.2m 이하로 유지해 홍수 조절용량을 지난해 8월보다 8천만 톤 가까이 늘린 1억9140만 톤으로 운영하기로 하는 등 각 댐의 제한수위를 낮추고 있다.
박 사장이 올해 장마를 앞두고 수해방지에 공을 들이는 데는 지난해 수해 발생지역에서 댐 수위 조절을 놓고 수자원공사의 책임이 불거진 일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6월24일부터 8월16일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52일 동안 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했다.
특히 용담댐 하류지역인 전북 무주, 충남 금산, 충북 영동, 충북 옥천 등 지역에서는 댐 방류량의 조절 실패로 수해피해가 커졌다며 수자원공사를 향해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밖에 섬진강댐, 합천댐 등 하류지역에서도 수자원공사의 댐 수위 조절 실패가 수해피해를 늘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수자원공사를 향한 수해책임 논란이 곳곳에서 거세게 일었다.
박 사장으로서는 용담댐 하류지역의 수해보상을 놓고 한 해가 지난 현재까지도 피해조사 및 손실액 산정 등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장마철을 맞는 만큼 올해 댐 수위 조절에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수자원공사가 물을 최대한 가둬 놓은 뒤 한꺼번에 방류해 사실상 주민들을 상대로 살수대첩을 한 것과 다름없다는 이야기까지 피해주민 간담회장에서 나오고 있다”는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자원공사를 향한 비판에 “유례없는 홍수로 많은 유역의 국민들께서 큰 피해를 입은 것에 매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물과 댐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으로서 앞으로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기후변화 대응에 적절한 정책과 댐 운영관리 방향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