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이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인데도 여전히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건설사들이 현장 안전을 챙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잇달아 노동부로부터 본사와 전국 현장의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통보받은 점도 대형건설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고용노동부는 롯데건설을 대상으로도 특별감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건설현장. <연합뉴스> |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이 다가오는 데 더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붕괴사고로 건설현장 안전 전반에 관심이 몰린 점을 고려해 현장 안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철거하고 있던 건물이 도로쪽으로 붕괴되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 아래에 깔렸다. 이 사고로 함몰된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건설사를 비롯한 재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 유예와 처벌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광주 붕괴사고로 이런 주장을 그대로 이어가기는 어렵게 됐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처벌수위가 높아 경영활동이 위축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사고로 명분이 퇴색한 셈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을 뼈대로 2022년 1월부터 시행된다.
6월 안팎으로 안전 관련 대책을 내놓은 곳으로는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있다.
올해 들어 아직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포스코건설은 21일 건설현장의 안전벨트 체결 오류나 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스마트안전벨트의 현장 적용을 시작했다.
3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건설 사망사고 가운데 추락사고의 비중은 56.7%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안전벨트는 생명줄이나 구조물에 정확히 체결됐는지를 판단하고 체결하지 않거나 엉뚱한 곳에 체결했을 때 안전벨트 착용자와 안전관리자에게 알리는 기능이 있다.
안전관리자는 중앙관리 컴퓨터나 모바일로 현장근로자의 안전벨트 미체결 또는 체결오류를 확인하면 무전 또는 현장을 방문해 안전벨트 정상체결을 지시하게 된다.
안전벨트 불량체결 사례는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추후 노동자 안전교육과 스마트 안전벨트 기능 개선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27일 기준 3명이 사망한 현대건설은 고위험 작업환경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의 적용범위를 페인트와 용접, 벽돌 쌓기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디지털트윈과 건설정보모델링(BIM) 연계를 통해 로봇 이용범위를 늘려가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기계와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22일 건설로보틱스 기술 시연회에서 이런 계획과 함께 현장순찰 로봇, 천장드릴 타공 무인시공 로봇 등을 선보였다.
대다수의 건설 중대재해가 협력회사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협력회사 안전관리비 50% 선지급제도도 15일 도입했다.
이는 도급 계약상 안전관리비의 50%를 먼저 지급해 공사 초기 협력회사가 자체자금 집행에 부담을 줄여줘 초기부터 현장안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찬가지로 3명이 사망한 삼성물산은 VR(가상현실)을 활용해 장비운전원, 유도자, 신호수의 가상훈련 교육프로그램을 5월27일 본격화했다.
올해 30개 현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3일 평택 고덕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지게차에 50대 노동자가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 적용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장비안전 VR 훈련프로그램 스마티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장비사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입력됐다.
삼성물산은 기존 사고기록, 현장별 장비현황 및 교육결과 데이터를 수치화 하고 이를 분석, 현장별 특성과 공정에 따라 고위험 작업을 별도로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