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6월 들어 현대차, 기아, 삼성SDI, 셀트리온, LG화학, LG생활건강, 남선알미늄, 한올바이오파마, 에스에프에이, 원익QnC, 더블유게임즈 등 11곳의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23곳의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는 등 단순투자가 많아지는 흐름이 강했는데 분명히 태도 변화를 보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로 나눠 공시한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으나 지배구조 개선,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 등이 추진된다.
2020년 4분기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대량으로 지분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일반투자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기업 비율은 25.5%다.
6월 들어 일반투자로 지분보유 목적을 바꾼 기업 가운데 현대차, 기아, 삼성SDI, 셀트리온, LG생활건강 등 5곳은 2월에 지분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로 바뀌었다가 4개월 만에 다시 일반투자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5곳 기업과 관련해서는 4개월 사이에 국민연금이 주주행동을 할만한 사정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및 기아와 관련해서는 올해 초 애플과 ‘애플카’ 공동개발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지분을 고점에 매도하는 등 미공개 정보활용 의혹이 문제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의혹을 이미 조사 중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3월에 열린 각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의 정관변경 안건에는 집중투표제 배제를 이유로, 삼성SDI에는 이사 보수한도 수준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김 이사장으로서는 올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반투자 대상 기업의 주주행동과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성과가 절실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행동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을 놓고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 사안’과 ‘ESG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사안’을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에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하는 등 주주행동 강화 움직임을 보였으나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실제 기업의 결정에 영향을 준 사례가 많지 않아 ‘종이 호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김 이사장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1분기에 국민연금은 654회의 주주총회에서 3130건의 안건을 놓고 의결권을 행사해 525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가 부결로 이어진 건수는 10건에 불과했다.
특히 3월에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 연임 관련해서는 중립의견으로 사실상 기권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을 놓고 꾸준히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 이사장은 1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로 국민의 노후자금 수탁자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종이 호랑이, 거수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가치제고를 위해 소수의견이 될지라도 지속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견이 표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