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부회장이 수주 회복 조짐을 보이는 조선업황의 변화에 맞춰 후판(6mm 두께의 선박용 강판)에 다시 힘을 실을지 주목된다.
13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동국제강이 영업이익에서 올해를 정점으로 당분간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장 최근 동국제강 관련 분석리포트를 낸 BNK투자증권은 동국제강의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해 4540억 원, 2022년 3970억 원, 2023년 3900억 원 등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이 올해를 정점으로 한동안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키움증권도 동국제강이 낼 영업이익을 2021년 4164억 원에서 2022년 3663억 원, 2023년 3399억 원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동국제강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질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큰 이유는 컬러강판 사업의 고수익성을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2년부터는 축소됐던 국내외 철강공급 능력이 다시 회복하고 주요 국가들의 내수부양 효과가 약화하면서 철강경기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며 “컬러강판의 경우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 등 경쟁사들의 생산능력 확충에 따른 잠재적 공급부담도 내재하고 있어 2022년 이후 동국제강의 이익 창출력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시장에서 점유율 35%로 1위에 올라 있다.
하반기까지 컬러강판 생산량을 연간 75만 톤에서 85만 톤으로 증설해 컬러강판 점유율 1위를 굳히고 2위와 격차를 벌려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동국제강을 따라잡으려는 경쟁기업들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KG동부제철은 KG그룹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이미 당진 제철소에 컬러강판 라인 2기를 새로 만들어 4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KG동부제철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연간 50만 톤에서 8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동국제강과 생산량 차이가 2020년 25만 톤에서 2021년 5만 톤으로 확 줄어든다.
업계 3위인 포스코강판이 기능성 컬러강판 출시로 차별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동국제강이 그동안 컬러강판사업으로 이뤄낸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회사는 컬러강판사업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으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주요 고객기업의 수요에 맞춰 고객 특화제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내년에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기업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고 해도 동국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경쟁력을 따라오기 힘들다고 보고 앞으로도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에서 그동안 축소해온 후판사업을 다시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후판을 주로 쓰는 업종은 조선업이다. 증권가는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수년간 발주가 대폭 늘어나는 ‘슈퍼 사이클’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 부회장은 2015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동국제강의 사업구조를 봉형강과 컬러강판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꾸며 후판사업의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동국제강의 매출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만 해도 25%였으나 1분기 기준 12%까지 후퇴했다. 같은 기간 냉연의 매출 비중은 27%에서 36%로, 봉형강의 매출 비중은 44%에서 49%까지 늘었다.
조선업이 최근 수 년 동안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후판사업의 비중이 줄었는데 조선업의 반등 흐름에 맞춰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수익성에 긍정적일 수 있다.
장 부회장은 이미 조금씩 후판사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5월 말부터 온라인으로 철강제품을 판매하는 전문 플랫폼 ‘스틸샵닷컴’을 열었는데 첫 제품으로 후판부터 판매하고 있다. 4월에는 후판 두께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생산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이종두께 후판 브랜드를 초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사업은 조선업 수요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증가하는 형태를 보일 것”이라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리기보다 보수적 사업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