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신세계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ESG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용진 부회장도 어느 때보다 ESG경영에 힘을 주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4월 이마트와 신세계에 설치돼 있던 사회공헌 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ESG 관련 주요 이슈와 전략을 점검하고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ESG위원회까지 설립한 것은 최근 ESG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나 세계 최대규모의 연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은 ESG를 핵심 투자지침으로 삼고 ESG 평가가 낮은 기업에는 투자를 줄이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5월 대한민국 ESG 금융포럼 2021에서 "ESG가 이렇게 대혼란이 올 정도로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파리기후협약 때문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10년도 안 남았다"며 "일부 기업은 적극적으로 ESG를 전략화하지만 대다수는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도 친환경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마트는 환경부와 손잡고 6월부터 친환경 인증 상품을 결제하면 에코머니를 10배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적립된 에코머니는 신세계 상품권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도 2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리필공간인 ‘에코스토어 리필 스테이션’을 열어 고객들이 전용 리필용기에 친환경세제나 섬유유연제를 구매, 충전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1년 동안 600kg의 석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그룹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점포’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사업 특성상 전국에 수많은 점포들이 있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축단계에서부터 친환경 공법과 설비, 시스템을 도입하고 에너지절약 아이템을 활용해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환경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 지배구조(G) 측면에서도 개선방안을 찾을 것을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신세계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곳이 없다는 점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23.2%는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이 책임경영과 효율적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대표를 효과적 견제를 위한 이사회 독립성 개선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신세계그룹 총수인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모두 미등기임원인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상장사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달리 이사회 참석 권한이 없어 책임이 작다.
그런데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세계그룹 오너일가는 각 회사의 대표이사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
김소연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영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총수일가가 임원으로 등재되지 않는 것은 경영권 행사에 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책임경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