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신사업으로 내걸고 기술 확보와 함께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은 기술집약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새 성장동력 마련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실장은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및 가전박람회 'CES2022'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데 정보기술의 전반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행사로 평가된다. 2019년에는 역대 최대인 4400여 개 기업이 참가하기도 했다.
정 실장이 CES2022에 참가한다면 세계에서 CES에 참여한 첫 조선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세계 1위 조선사로서 미래사업 준비도 가장 앞서고 있다는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CES2022를 통해 인공지능, 로봇 등 그룹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신사업을 알리는 기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6월 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될 때 “조선업의 패러다임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 실장이 주력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은 '기술집약'이라는 그룹의 사업 방향에 적합하면서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인공지능시장은 연평균 17.8%, 세계 인공지능시장은 같은 기간 연평균 43.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후지경제연구소는 '2020 글로벌 로봇시장의 현재와 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로봇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6%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선 실장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지주에 신설된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대중공업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실장은 장래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후계자로서 그와 함께 갈 신사업을 키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셈이다.
정 실장은 신사업에서 중공업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일 서울대학교와 공동 연구과제를 수행해 인공지능과 중공업 제조기술을 융합한 자율운항 시스템, 친환경·고효율선박 개발에 활용할 선박 솔루션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인공지능 산학연(산업, 학계, 연구소) 협의체 ‘AI 원팀’에 조선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존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현대로보틱스는 KT와 협업을 통해 산업용 로봇의 정밀화,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실장은 신사업분야에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인재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은 산업 전반에 뿌리를 내린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전문인력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모두 현대중공업그룹이 긴 호흡으로 펼치는 사업이기에 인재육성이 더욱 중요한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서울대 '중공업 인공지능과정' 지원자에 학비를 지원하고 현대중공업그룹 입사 지원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고 4월에는 KT와 함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인공지능 전문가과정'을 새로 개설했다.
로봇분야에서는 꾸준히 스타트업 공모전을 열어 우수 로봇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는 기존 사업뿐 아니라 4차 산업(인공지능), 로봇 등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 한국조선해양이 조선사업을 총괄하고 현대중공업지주는 비조선 부문과 미래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정 실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신사업을 위한 굵직한 행보의 중심에 서 있다.
올해 3월 한국투자공사와 맺은 1조 원 규모의 해외 공동투자 협약, 같은 달 또 다른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수소사업을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협약 등에서 정 실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3월 한국투자공사와 협약식에서 "경영환경이 빠르게 바뀜에 따라 기업가치는 미래 성장동력에 달려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지주가 추진하는 신사업이 미래를 현실화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며 신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미래사업에 끊임없이 투자할 것이다"며 "차별화한 기술력을 확보해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CES2022는 시간이 다소 남은 만큼 참가 여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