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치권 안팎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야권의 대통령선거 로드맵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종 결과를 확인한 뒤 국민의힘과 제3지대 가운데 최종 선택을 할 것이란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이 최근 부쩍 대중 앞에 모습을 많이 나타내고 있는 것도 정계진출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윤 전 총장은 반도체 산업현장과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찾는 경제행보는 물론 곳곳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 등 정치인의 민생행보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국민의힘의 권성동, 윤희숙, 정진석 의원 등을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대선을 비롯한 많은 선거를 치러본 정당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반면 보수색채가 강한 국민의힘에 들어갔을 때 윤 전 총장의 중도 이미지가 희석돼 중도층의 지지를 일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은 입당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이준석 바람’은 윤 전 총장의 입당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준석 후보는 36세의 젊은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경험도 없지만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타고 당대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5월28일 발표된 국민의힘 예비경선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나경원,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후보 등 중진 정치인들과 함께 본경선에 올랐는데 이 때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 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5월28~29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에게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를 봐도 이 후보는 39.8%의 응답을 받으며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나경원 후보는 17.0%, 주호영 후보는 3.4%, 홍문표 후보는 3.2%, 조경태 후보는 2.4%로 집계됐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26.2%, ‘잘 모르겠다’는 8.0%였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같은 기관에서 5월 4주차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4.7%로 5월 3주차(29.6%)보다 5.1%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은 2.4%포인트 내린 28.5%로 낮아졌다.
특히 중도층에서 국민의힘은 38.9%의 지지를 얻으며 민주당(22.6%)를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이준석 바람을 키우고 이준석 바람은 국민의힘의 지지를 견인하는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으로서도 중도층 외연 확장의 한계를 이유로 국민의힘 입당을 꺼릴 이유가 상당 부분 사라진 셈이다.
만약 30대인 이준석 대표 지도부를 가정한다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다음 대선에서 핵심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은 2030 청년층의 지지를 얻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 후보가 당대표에 오르는 게 당 밖의 윤 전 총장에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후보가 외부 대선주자 영입보다 당내 경선일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5월31일 MBC ‘100분 토론’에서 대선을 어떻게 준비할지를 묻는 공통 질문에서 “책임 있는 경선을 치르려면 절대 특정인을 위해 기다리면 안 된다. 특정인이 원하는 노선으로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나 주호영 후보가 같은 질문에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당 밖 인물들이 국민의힘에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과 비교하면 윤 전 총장에게 덜 우호적으로 비춰질 여지도 있다.
다만 이 후보의 확고한 대선 경선방침이 되레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앞당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재보궐선거 승리와 전당대회 흥행으로 수권정당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밖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게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밖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다 고배를 마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윤 전 총장이 서둘러 입당을 결정해야 할 유인도 충분히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바람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며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후보의 인기가 급상승한 배경에는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심리가 두텁게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1960년 출생인 윤 전 총장에게 세대교체의 상징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준석 바람이 워낙 이례적이고 단기간 급속하게 형성된 현상인 만큼 그 여파가 다음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불투명한 부분도 많이 남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