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코인원과 실명계좌 연계계약을 연장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이어간다면 청년고객 확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위험부담도 따를 수도 있다.
▲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
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AML)방안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면서 그 결과에 시선이 모인다.
이번 실사는 실명계좌 발급 제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뤄지는 절차다. NH농협은행은 7월 빗썸, 코인원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NH농협은행이 재계약에 무게를 뒀다는 말이 나왔지만 NH농협은행은 아직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위험평가를 통해 신중하게 계약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는 계약 연장 가능성을 놓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이어간다면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따른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9월까지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하지 못해 여러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폐쇄된다면 빗썸 등으로 몰리는 투자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신규 입출금 계좌 가입자 수는 지난해 월평균 10만 명 수준에 머무르다가 올해 1월 13만9859명, 2월 18만5950명, 3월 24만8602명으로 2배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규고객의 증가는 NH농협은행으로서 호재인 셈이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는 고객 수가 늘어나면서 예적금보다 자금을 움직이기 쉬운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예금이 늘어나는 점도 이득이다. 저원가성예금은 고객에게 내줘야할 이자가 적은 만큼 비용을 적게 들이고 수신액을 늘릴 수 있다.
신규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로부터 받은 수수료수익도 늘 수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NH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약 16억 원에 이른다. 한 분기 수수료 이익이 지난해 하반기에 거둬들인 13억 원보다 많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래에 따른 리스크 및 내부비용을 고려할 때 수수료 등의 수입이 크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며 "다만 비트코인 열풍과 맞물려 계좌계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청년층을 NH농협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NH농협은행이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젊고 스마트'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폐거래소 연계계좌는 청년고객을 끌어모으는 창구가 될 수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대 가상화폐거래소 투자자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대가 81만6039명(32.7%)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76만8775명(30.8%)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상화폐시장에 새로 발을 디딘 투자자 10명 가운데 6~7명이 2030세대인 것이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금융사고 위험부담을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않기로 했다.
현재 코빗과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은행은 실명계좌 제휴에서 손을 땔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맺을 때 자금세탁 방지능력과 위험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책임은 크다.
반면 코빗은 가상화폐거래소 규모 자체가 업비트나 빗썸 등 대형거래소보다 작기 때문에 그만큼 고객 수 증가와 수수료 수익에 기여하는 폭이 작아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1분기에 코빗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1억4500만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