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샤오미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저가형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5G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사수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갤럭시A22 5G 유출 사진. <91모바일> |
31일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A22 5G를 국내에서는 8월, 해외에서는 이르면 6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것은 가격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핀란드의 한 소매매장을 통해 갤럭시A22 5G의 출고가가 185유로(25만 원가량)로 파악됐다.
GSM아레나는 “세금을 더한다면 가격이 199유로(27만 원가량)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면서도 “갤럭시A22 5G는 삼성전자의 가장 저렴한 5G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고 사장은 ‘더 저렴한 5G 스마트폰’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A42 5G를 44만9천 원에, 5월21일에는 갤럭시A32 5G를 39만9300원에 각각 출시했다.
프리미엄시장으로 여겨지는 5G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0만 원대의 초저가 제품까지 내놓는 것을 놓고 고 사장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3사’의 급격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21.8%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5G시장만 놓고 보면 12.7% 점유율로 4위에 그쳤다.
글로벌 5G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는 30.2% 점유율의 애플, 2위는 16.1%의 오포, 3위는 14.5%의 비보, 5위는 12.4%의 샤오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1분기보다 105% 늘었으나 시장 전체 성장률인 458%에는 크게 못 미쳤다. 오히려 1165% 성장률의 오포, 646% 성장률의 비보, 564% 성장률의 샤오미가 돋보인다.
특히 샤오미의 성장세는 삼성전자에게 ‘직접적 위협’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모바일업계 한 관계자는 “샤오미는 오포와 비보만큼 거대 중국 내수시장의 의존도가 높지 않은 대신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고전하는 만큼 인도 등 다른 5G 신흥국을 공략하려면 샤오미와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1분기 샤오미는 중국시장에서 15%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23%의 오포, 22%의 비보에는 못 미친다.
대신 샤오미는 인도에서 1분기 28%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무려 14분기 연속 1위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20% 점유율로 2위다.
삼성전자는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에서 시작된 한한령(중국에서 내려진 한류 금지령) 이후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현지 맞춤형 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M시리즈를 내놓는 등 인도시장의 공략을 차선책으로 삼고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글로벌 2위 규모의 스마트폰시장이다. 정부가 나서서 릴라이언스지오, 바라티에어텔, 보다폰 등 현지 통신사들의 5G 시범사업을 지원할 정도로 5G 보급 의지가 강력한 나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높은 인도시장에서 샤오미에 도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얘기다.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1분기 유럽 스마트폰시장에서 19% 점유율로 3위에 올라 37% 삼성전자와 24% 애플의 뒤를 따랐다.
다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유럽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32%, 24% 늘어난 반면 샤오미의 출하량은 132% 성장했다. 샤오미는 특히 유럽 내에서도 5G 신흥국인 스페인에서 점유율 35%로 1위에 올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5G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저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5G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고 사장의 저가 5G전략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샤오미에 내주지 않기 위해 5G 스마트폰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저가 제품은 점유율을 잡는 대신 수익성은 다소 포기하는 제품으로 여겨진다. 다만 고 사장은 수익성과 점유율 가운데 점유율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고 사장은 2019년 8월 갤럭시노트10의 언팩 행사에서 “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성은 인격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5G 스마트폰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사장으로서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더욱 골몰할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5G스마트폰은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의 20%를 차지했다. 올해는 비중이 40%에 이르고 2025년이면 69%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