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조각사, 제2의나라, 눈물을 마시는 새, 일곱 개의 대죄.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출시됐거나 나올 예정인 게임들이다.
지식재산(IP)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엔씨소프트, 컴투스, 펄어비스 등 유명 만화나 소설을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컴투스, 펄어비스 로고 이미지.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게임사들이 새롭게 출시하는 게임들 가운데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넥슨이 2021년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노스바 모바일’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이 멋진 세계의 축복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최근 크래프톤이 삽화를 공개한 ‘눈물을 마시는 새’ 역시 국내 1세대 판타지소설 작가인 이영도 작가의 같은 이름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넷마블이 6월10일 정식 출시하는 ‘제2의나라’는 ‘니노쿠니’라는 콘솔(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게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모바일게임이다. 만화나 소설 원작은 아니지만 니노쿠니는 일본의 게임 개발사 레벨파이브와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지브리가 공동개발했다. 넷마블은 제2의나라를 제작하면서 스튜디오지브리의 작곡가 히사이시조에게 게임 OST를 맡기기도 했다.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소설과 만화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비교적 쉽게 신규 지식재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콘텐츠를 활용하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하다.
실제로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둔 게임들은 국내 게임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넷마블이 제작한 '일곱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으며 출시 6일 만에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3위에 올랐다. 제2의나라 역시 수많은 사전예약자가 몰리고 소셜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한국 트렌드 검색어 2위에 오르는 등 출시 전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인기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의 3대주주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문피아 인수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니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이전부터 인기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지분투자를 진행하는 등 게임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콘텐츠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엔씨소프트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리니지’ 시리즈 역시 원작은 신일숙 작가의 판타지 순정만화 ‘리니지’다.
컴투스는 게임업계에서 유일하게 ‘문학상’을 개최하고 있다. 컴투스는 2018년부터 매년 ‘컴투스 글로벌 게임문학상’ 행사를 진행해왔으며 올해 역시 2020년과 비슷한 시기에 행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컴투스는 이 행사에서 수상한 작가에게 컴투스 취업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실제로 수상 작가 가운데 한 명은 현재 컴투스에 근무하고 있다”며 “단순히 작품을 응모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접수 작품들을 면밀히 검토해 게임이나 멀티콘텐츠로 확장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투스는 새로운 스토리 지식재산을 게임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스토리 게임’ 전문 자회사 데이세븐과 함께 스토리 게임 전문 플랫폼 스토리픽도 운영하고 있다.
데이세븐은 추리게임, 연애시뮬레이션 등 스토리 묘사에 둔 게임을 주로 제작하는 회사로 ‘누가 그녀를 죽였나’, ‘남학교에서 24시’ 등의 작품을 발매했다. ‘남학교에서 24시’는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컴투스에 따르면 스토리픽에서는 '킹덤', '스카이캐슬' 등 인기 드라마나 '하트시그널'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컴투스는 스토리픽에서 인기 있는 작품 14편을 선정해 영어로 번역한 뒤 5월24일부터 글로벌 모바일게임시장에도 스토리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2월 일본의 공룡 콘텐츠기업인 카도카와에 128억 원을 투자했다. 카도카와는 일본 라이트노벨(장르 문학) 시장에서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기업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분야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투자목적을 두고 단순투자라고 설명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펄어비스가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소드 아트 온라인’ 등 카도카와의 유명 지식재산들을 게임화하기 위해 카도카와와 협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펄어비스는 5월24일 팩토리얼게임즈를 2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팩토리얼게임즈는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유명 웹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 ‘슈퍼스트링’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개발사다.
김경엽 펄어비스 투자전략총괄은 팩토리얼게임즈 인수를 두고 “지식재산 다양성 측면에서 펄어비스의 포트폴리오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