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을 품고 대기업 반열에 서겠다는 꿈을 이룰까?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중흥건설그룹은 재계 20위권 대기업으로 국내 건설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는 회사 가운데 하나로 거듭날 수 있다.
27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 회장은 적어도 2년 전부터 대우건설 인수를 준비해왔을 정도로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 초에 이미 대우건설 인수를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21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순 없지만 인수할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대 때부터 ‘한 우물만 판다’는 철학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건설업에 집중해 대기업 반열에 들어서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19살에 목수로 건설업에 발을 들여 놓은 뒤 1983년 중흥건설의 전신인 금남주택을 설립해 이후 40여 년 동안 건설업의 한 길만 걸어왔다.
호반그룹, 태영그룹 등 중흥건설그룹처럼 중견건설사를 모태로 성장한 기업들이 저마다 전선, 리조트, 환경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정 회장이 건설업으로 대기업을 일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대우건설 인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대우건설은 자산총액이 9조8470억 원으로 재계순위 42위에 올랐다.
47위인 중흥건설그룹(9조2070억 원)보다 자산규모가 오히려 큰 데 두 기업이 합치면 자산총액이 19조540억 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재계순위 2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건설이 주력인 기업집단 가운데서는 17위인 부영그룹(23조3210억 원)과 19위인 DL그룹(19조6270억 원)만 중흥건설그룹 앞 순위에 놓이게 된다.
국내 건설회사 순위라고 볼 수 있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중흥건설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5위 안에 드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을 살펴보면 대우건설(6위)이 8조4132억 원, 중흥토건(15위)이 2조1955억 원, 중흥건설(35위)이 1조2709억 원을 각각 나타냈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시공능력평가액이 11조8796억 원에 이르러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인 GS건설(10조4669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해 각각의 회사를 합병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중흥건설그룹이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건설업계 최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의지를 지니고 있더라도 대우건설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광주상공회의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안에 4조 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1조 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1곳을 인수한 뒤 3조 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매물이 되는 KDB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50.75%의 가치는 2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 주당 순자산가치(BPS)가 8천~8500원 수준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3천억~5천억 원으로 가정하면 매각가는 최소 2조~2조4천억 원 수준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고려하면 단독인수가 어려워졌을 때 재무적투자자를 구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중흥건설그룹이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한 적이 없고 기업 인수합병 검토를 인정한 사례도 대우건설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의 인수의지는 확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중견건설사들이 이름값 높이기에 인수합병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중흥건설그룹은 예외라고 볼 수 있다”며 “그만큼 대우건설 인수의지가 강한 것으로 파악돼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