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새로 목표주가를 제시한 10곳의 증권사가 나란히 목표주가를 이전보다 높여잡았다. 1분기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실적 개선추세를 향한 기대가 더해져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 증가와 변액보험준비금 부담 가소로 올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보장성 중심 판매 효과와 제판분리에 따른 플랫폼화 성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한화생명 목표주가를 4천 원에서 5천 원으로 높이며 유안타증권과 함께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현대차증권(4900원), 신한금융투자(46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화생명은 1분기에 별도기준 순이익 1942억 원을 냈다. 2020년 1분기보다 4배 이상 증가하며 시장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화생명이 2020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1969억 원)에 맞먹는 이익을 한 분기만에 거뒀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여승주 사장 연임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1분기에 제판분리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여 사장이 세운 2021년 경영 목표를 웃도는 지표가 나타난 부분이 고무적이다.
여 사장은 2021년 신계약가치 수익성 44%, 일반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 13% 증가, 13회차 유지율 85%, 손해율 80% 등의 목표를 세웠다.
1분기 한화생명 신계약가치 수익성은 51.5%로 확대됐고 일반보장성 연납화보험료는 30.5% 증가했다. 13회차 유지율은 85.9%, 손해율은 80.6%를 달성했다.
여 사장은 3월 한화생명 대표이사를 연임했다. 2019년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오른 뒤 처음으로 2년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분기 실적 개선세가 연임 임기에 이어진다면 장수 경영인으로 가는 길을 더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여 사장 이전 한화생명 최고경영자이자 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일했던 차남규 전 부회장은 9년 동안 회사를 이끌며 업계 대표 장수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남겼다. 차 전 부회장 이전 신은철 전 부회장 역시 대표이사로 10년간 재직했다.
다만 한화생명의 자본 적정성 우려는 여 사장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한화생명 목표주가가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태반의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중립(HOLD)이나 심지어 매도(SELL) 의견을 낸 곳도 있다.
한화생명은 2020년 말 기준으로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금 비율이 4.31%에 그쳤다. 삼성생명(11.4%), 교보생명(5.53%), NH농협생명(6.66%), 신한생명(24.44%), 미래에셋생명(7.76%) 등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는 보험부채 추정 시가평가액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로 보험회사 자본 적정성지표로 여겨진다. 보험금을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되면 잉여금이 적은 한화생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1분기에 한화생명의 자본적 정성 개선세는 실적 개선세와 비교하면 뚜렷하지 않았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205.0%로 전년 대비 하락하며 여 사장이 설정한 목표인 220%를 밑돌았다. 자산 가중평균잔존만기(듀레이션)은 9.69년 수준까지 늘긴했으나 목표인 10년 이상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생명을 놓고 “나아지는 모습은 보이지만 여전히 자본 적정성이 개운하지 못하다”며 “지급여력비율이 1분기 둔화돼 자본 적정성 관련 사안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 회계제도와 신지급여력제도는 2023년 도입된다. 여 사장의 연임 임기가 끝나는 시기도 2023년 3월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 전까지 여 사장은 자본적정성 확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한화생명의 자본 우려를 지나치게 확대해서 볼 필요가 없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여 사장의 어깨를 다소 가볍게 하는 대목이다. 자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제도가 도입되는 2023년 무렵에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급여력비율 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해외채권을 국내채권으로 교체매매하는 과정에서 처분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금리 상승세도 둔화돼 자본 감소를 향한 과도한 우려는 기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