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리분야에서 어떻게 해야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지, 인사관리업무를 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을 지니는 것이 중요한지 등을 얘기해본다.
■ 방송 : Job Is ?(자비스)
■ 진행 : 이영미 부사장 (커리어케어 글로벌 사업본부장)
■ 출연 : 최영미 전 홈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CHRO) 전무
이영미 부사장(이하 이): 홈플러스에서 최고인사책임자를 지낸 최영미 전무가 나오셨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외국계 기업의 인사관리(HR) 업무를 얘기해보겠습니다.
최영미 전 홈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 전무(이하 최): 안녕하세요. 최영미입니다.
이: 경력을 보니 처음부터 인사관리 업무를 하셨던 것은 아니고 회계, 재무 등의 일을 하시다가 인사관리로 넘어왔더라고요.
외국계 기업에서 이런 일이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업무를 이동하셨는지 궁금하고 전무님 같은 사례가 일반적인지도 궁금합니다.
최: 사실 무척 특이한 경력입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파이낸스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회사가 작다 보니 10년 정도 일했을 때 파이낸스분야를 전부 아우를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파이낸스분야 가운데 안 했던 업무를 보니 유일하게 세법 관련 업무만 안 했더라고요. 상사에게 세금 쪽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보고 싶다고 간곡하게 요청하니 급여 담당(Payroll) 매니저를 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인사관리 업무의 가장 기초적인 것이 바로 급여잖아요? 그럼 맨 처음부터 인사관리 업무로 옮기려고 마음먹었던 건가요?
최: 아닙니다. 인사관리 업무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호기심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해보지 않았던 업무로 급여 담당을 선택했던 것이죠.
당시 제가 일을 하는 것을 인사 쪽에서 일하는 상사가 눈여겨봤던 것 같습니다. 인사팀에서 보상금과 수당 담당 매니저(Compensation & Benefit Manager) 자리가 났는데 상사께서 저에게 자리를 이동할 생각이 있냐고 제안을 했죠.
인센티브도 다뤄봤고 급여도 다뤄봤는데 급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알고 싶지 않냐며 호기심을 자극했고 자연스럽게 C&B 매니저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이: 그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죠?
최: 네. 흔한 사례는 아닙니다.
재무를 다뤄봤으니 숫자에 강하잖아요? C&B 매니저를 하면서 일을 재밌게 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인사쪽으로 제 경력이 바뀌게 됐습니다.
이: 그렇게 시작하시다가 끝을 보셨습니다.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인사관리분야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최: 홈플러스에서 일한 경력이 30년 정도 되는데 초기 10년을 제외한 거의 20년 동안은 3년 안에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인사관리분야 안에서도 한 업무를 만들고 이를 책임지다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다시 새로운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강점이 생기더라고요.
분석하고 통찰력을 끌어내는데 중요한 것은 숫자더라고요. 재무를 해봤으니 숫자에 강했는데 이런 점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업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배울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여러 업무를 돌아가면서 맡으면서 차이를 알고 있으니 다른 업무를 하는데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토대가 있으셨다는 말씀이군요? 승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최: 네 맞습니다.
제 신조이기도 한데 저는 항상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주인의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했던 팀원들에게도 자주 얘기하는데 항상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10년이 되는 것이잖아요. 성실하게 하는 부분이 초석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성과도 물론 있으시겠지만 열정과 에너지가 승진할 수 있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사분야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최고인사책임자이긴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욕심이 나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인사관리 배경으로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가는 이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거든요.
인사분야에서 최고경영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건지, 혹시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일이 일반적이 되는 건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 제가 홈플러스에 다닐 때 계측기사업부가 있었는데 이를 분사해 다른 회사로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 회사에 대표이사를 두 명을 두었는데 한 명은 영업하는 임무를 맡고 다른 한 명은 인사와 기타 업무를 맡았습니다. 외국 기업에서는 그런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 그렇다면 아예 가능성과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군요?
최: 비즈니스를 할 때 오히려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거든요. 한 명의 대표이사가 업무를 총괄하기보다 둘 중 한 명은 회사의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고 다른 한 명은 인사 등 비영업을 맡는 것이 각자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국내 기업의 사례를 보면 인사관리의 기능 자체가 상당히 비즈니스파트너와 같은 역할을 하잖아요. 경영에 깊숙이 들어가 있고 CEO와 직접적으로 소통도 하며 비밀스러운 정보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 채용을 잘 하지 않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이직 관련 업무를 해보면 특히 인사관리분야의 높은 자리에는 외부 사람을 잘 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을 보면 수요가 조금 있습니다.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하고 자리가 생기기도 하는데 외부 인재를 데려오는데 거부감은 없나요?
최: 각 조직과 기업의 특징이 있긴 하겠지만 제가 경험해본 바로는 내부 발탁을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사람과 외부에 있는 사람이 서로 경쟁해야 하더라고요.
이 경쟁에서 이겨야만 해당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내부냐 외부냐를 볼 것이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 이윤을 내는 것이 중요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이 변화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항상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런 부분에서 보면 외국계 기업에서는 굉장히 수용적으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여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는 사례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이: 인사관리하는 이들을 위해 이 직무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경력쪽으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말씀해주시고 싶은 것들이 있을까요?
최: 인사는 내부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경영지원 서비스업무입니다. 직원과 관리자, 임원, 최고경영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늘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를 지원하다보니 좋은 얘기보다는 불만을 많이 얘기하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만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인사에 관심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대안이 있을지 고민하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인사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도 애를 키운다든지 남편과 관계를 맺는다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인사거든요.
조직 안에서도 영리단체든 비영리단체든 어디서나 인사가 아닌 곳이 없잖아요.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들을 하시는데 가장 기본적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인사가 비즈니스의 핵심(코어)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좋은 마무리 말씀 감사합니다.
자비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더 재밌는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채널Who 남희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