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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보여, 삼성전자 패키징에서 경쟁력 해답 찾나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5-12 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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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의 미세화가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후공정(OSAT)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후공정 가운데 반도체패키징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의 경쟁력 격차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보여, 삼성전자 패키징에서 경쟁력 해답 찾나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패키지에 고대역폭 메모리칩(HBM) 탑재 숫자를 늘리기 위한 기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패키징은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이어붙여 완제품으로서 성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후공정에 해당한다.

그동안 파운드리회사들은 반도체칩의 패키징을 외주로 맡기고 칩을 생산하는 전(前)공정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상위 파운드리회사는 패키징 공정을 내재화하고 있다.

기판 단위로 패키징 공정을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의 단계에서부터 패키징을 염두에 둔 설계를 적용하고 있어 전공정과 패키징 공정의 영역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패키징 기술력이 파운드리사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논리칩 1개와 고대역폭 메모리칩 4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아이큐브4(I-Cube4)’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패키지의 고대역폭 메모리칩 탑재 숫자를 6개 이상으로 늘리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성능 컴퓨팅을 중심으로 패키지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본다”며 “고대역폭 메모리칩을 6개, 더 나아가 8개 탑재하는 신기술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반도체패키징기술의 핵심은 더욱 작은 면적에 더 많은 칩을 이어붙여 같은 크기의 전자제품이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회사들은 패키징기술을 끌어올려 전공정의 미세화 없이도 전자제품의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도체업계에는 집적회로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있다. 그러나 이 법칙이 적용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집적회로의 성능을 개선하려면 회로패턴을 더욱 미세하게 새겨야 한다. 그런데 반도체 미세공정이 5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으로 진입하면서 파운드리회사들은 회로를 구성하는 원자의 전자가 다른 곳으로 워프(순간이동)하는 ‘터널링 현상’을 억제하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터널링 현상을 잡지 못하면 반도체칩의 회로가 합선돼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회사들 가운데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만이 5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한다.

그러나 TSMC가 5나노를 넘어 3나노 공정의 제품 수주에 성공하고 양산을 준비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5나노 제품의 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패키징기술력에서 TSMC를 능가할 수 있다면 5나노 공정의 기술격차를 만회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패키징 관련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서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의 증설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투자계획에 패키징설비 투자를 포함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도 패키징사업의 역량을 높여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이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8월과 2020년 7월 2년 연속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패키징연구소가 위치한 온양캠퍼스를 찾아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2차례 현장경영을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전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진교영 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 반도체부문 고위 임원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패키징기술 강화를 향한 의지가 나타난다.

물론 TSMC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TSMC는 이미 지난해 패키징에 150억 달러(17조 원가량)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현재 일본에서 패키징 공장의 설립을 추진하는 등 반도체패키징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인텔도 최근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하면서 미국 뉴멕시코주에 패키징설비를 짓는 데 35억 달러(4조 원가량)를 투자해 내년 하반기 설비를 가동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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