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유통사업부 아래 글로벌오토비즈사업실은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경매장과 온라인 플랫폼 확보, 소매 딜러숍 인수, 직영점 확대 등 중고차 도매와 소매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해외 중고차사업을 위해 2020년 1월 글로벌 오토비즈사업실을 새로 만들었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인데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별도의 ‘글로벌 오토비즈(중고차)사업계획’을 시장과 공유하며 사업 확대의 의지를 보였다.
현대글로비스의 사업계획에서는 세계 글로벌 중고차시장을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4개 권역으로 나누고 현지에 맞는 전략을 통해 현지 중고차 도매와 소매시장에 진출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종수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오토비즈사업실장 상무는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4대 권역에서 중고차 현지 도소매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미국은 경매장 기반의 온라인 도소매사업, 유럽은 거점 기반의 도소매사업, 중국은 조인트벤처를 통한 소매사업, 인도는 공급사슬관리를 통한 도매사업을 각 지역의 중점사업으로 꼽았다.
김정훈 사장이 해외 중고차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일은 현대차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놓고 볼 때도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국내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 길이 막혀 있다.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끝나면서 현대차그룹도 소매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중고차업계의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결국 시간문제일 뿐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4월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대학 경영학과, 경제학과, 법학과, 소비자학과, 자동차학과 교수 2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9.9%가 대기업의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환경이 각국마다 다를 수 있지만 김 사장이 해외 중고차 소매사업을 통해 전반적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면 향후 국내시장이 열렸을 때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중고차 해외사업 강화를 통해 향후 현대차그룹 내에서 중고차사업 주도권을 쥐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중고차 소매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캐피탈은 각각 중고차 경매사업과 인증 중고차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중고차시장에 일정부분 발을 걸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캐피탈 모두 현재 국내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해외사업 노하우는 향후 역할 조정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중고차 해외사업은 김 사장이 취임 이후 지속해서 힘주고 있는 고객 다각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인프라 구축을 안정적으로 마치면 향후 해외 중고차사업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중고차사업의 구체적 매출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연말 이후 의미 있는 숫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만 보더라도 1년 중고차시장 규모는 각각 4천만 대, 3430만 대 수준으로 신차시장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 현대글로비스 시화 중고자동차경매장.
고객 다각화는 대부분 CEO에게 중요한 과제지만 김 사장에게는 더욱 무거운 과제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지속해서 받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중요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전체 매출에서 국내 계열사 사이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9.5%에서 2016년 20.6%로 줄었는데 이후 감소추세가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 기준을 넘는 상황에서 내부거래비중이 연매출의 12%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본다.
김 사장은 1960년 태어나 영남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 구매관리사업부장, 구매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3월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올랐다. 올해 3월 주총에서 3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중고차사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고 해외 국가별 최적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하겠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가시적 성과 창출’이라는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