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5년 넘게 이뤄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조직융합이 회사이름 변경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회사이름을 미래에셋증권으로 바꾸는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사명에서 ‘대우’를 떼고 합병 전 사용하던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로 한 것인데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 인재사관학교로 꼽히던 대우증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만큼 ‘대우증권맨’이라는 자부심을 지닌 직원들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2015년 KEB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통합 브랜드명을 'KEB하나은행'으로 정했는데 2020년에 다시 '하나은행'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 KEB하나은행 노조는 “일방적으로 브랜드 변경을 진행하는 것은 배임에 가까운 일”이라며 “노동조합과 합의하지 않고 브랜드를 변경하는 것은 노사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금융그룹이 KEB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2012년인데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탓에 실질적 합병은 2015년에야 마무리 됐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KEB하나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 쪽은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데 따른 대우증권 출신 노조의 반발 움직임이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우려했던 부분은 맞지만 시간이 흐른 덕분인지 반대 목소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벌이나 라인이 회사 성장을 저해한다는 내부적 분위기가 있어 미래에셋 출신이나 대우증권 출신 등으로 나뉘는 파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병에 따른 물리적 결합은 물론 화학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 융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그룹이 대우증권 노사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여준 성의있는 태도가 성공적 조직 융합으로 이어졌다는 시선도 나온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대우증권 직원들 모두 ‘가족’이고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고용안정을 보장해 대우증권 직원들을 마음을 잡는 데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미래에셋그룹은 합병 이후 희망퇴직 등 인위적 인력감축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노조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하지만 이들 두 회사도 화학적 통합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대우증권 회장에 올라 두 회사의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했지만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우증권을 이끌었던 홍성국 전 사장에게 박 회장이 직접 미래에셋 배지를 달아주는 사진이 외부에 배포됐는데 이를 놓고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 배지 패용 안하기’ 운동을 벌이며 반발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인수대금의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인수되는 회사의 대표에게 미래에셋금융그룹 배지를 달아주는 상황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박현주 회장이 대우증권 직원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 행보를 보여주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하며 ‘점령군’이 되지 않겠다는 태도를 여러 번 보였지만 배지 패용문제를 두고 결국 점령군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임금체계 통합을 놓고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 당시 두 회사의 평균 연봉을 비교해보면 대우증권은 9천만 원이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7100만 원 수준이었다.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래에셋증권 직원의 임금 인상 폭에 비해 대우증권 직원의 인상폭이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의 불만을 키운 요소로 꼽힌다.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출범 이후 2019년 희망퇴직과 2021년 명예퇴직으로 두 차례 인원감축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불만이 있던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이 이때 대거 퇴사한 덕분에 조직 정비가 순조롭게 마무리 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 합병이 ‘물리적 통합’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의 융합은 ‘화학적 통합’”이라며 “인수합병의 마지막 단계는 화학적 통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이른바 ‘출신 성분’을 두고 파벌이 나눠지는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