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화건설에 따르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는 약 700명의 필수 유지인력만 남아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6월 이라크에서 1만여 명의 인력 대부분이 철수했는데 아직은 현장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 사장은 비스마야 건설현장을 이른 시점에 정상화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 밖에 없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10만 세대의 주택을 포함해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데 총 사업비 101억 달러(11조34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스마야 건설공사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6조9700억 원 수준으로 한화건설 전체 수주잔고의 42.8%가량을 차지했다.
비스마야 건설공사에서 매출이 정상적으로 발생해야만 한화건설 전체 실적도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비스마야를 포함해 중동지역 건설현장은 올해 안에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해외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중동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 해외건설에 파견될 인력들이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에 들어가지 못해 철수한 인원을 다시 파견할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특히 최근에도 하루에 4천여 명의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해 중동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거센 곳으로 꼽힌다.
최근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라크로 파견되는 한국인 직원은 물론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 대부분인 현장노동자도 코로나19 면역을 갖춰야만 공사를 다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처럼 해외건설인이 백신 우선접종대상자가 된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논의가 구체화되지 못했다”며 “중동현장에서 국내 파견인력뿐만 아니라 현장노동자들까지 모두 코로나19 면역을 갖추려면 최소 1년 이상, 최대 3년까지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최 사장은 비스마야 공사가 늘어질수록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진다.
비스마야 공사는 공사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진행상황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공사기한 연장은 인력, 자재 운용 등에서 손실을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
한화건설도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 비스마야 공사 준공시점이 예정된 2027년에서 1년씩 지연될 때마다 대략 200억 원씩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건설이 2018~2019년 해마다 29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살피면 공사가 지연됐을 때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비스마야 공사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최 사장은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미수금을 받아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비스마야 공사 미수금은 2018년까지만 해도 2천억 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영향으로 이라크 정부 재정상황이 악화돼 8500억 원 규모로 급격히 늘었다.
최 사장으로서는 공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며 기성율을 근거로 이라크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미수금 회수에 유리할 가능성이 큰 데 현재는 이런 전략을 쓸 수도 없는 것이다.
해외건설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 최근 유가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이라크 정부의 공사대금 추가 지급시기는 기약할 수 없다는 시선까지 나온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5월 이라크에 새 내각이 들어서 미수금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추가로 공사대금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한화건설은 최근 들어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공사대금 지급이 논의되기 시작한 만큼 조만간 공사비 지급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가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미수급 지급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수금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