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가가 5%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삼성물산은 1월1일 합병법인 출범 만 4개월을 앞두고 있는데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덫에 걸려 주가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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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물산 주가는 28일 직전 거래일보다 4.81%(7천 원) 하락한 13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가는 14만 원선이 무너져 삼성물산 통합법인이 출범한 9월1일 이후 최저점을 나타낸 11월16일 종가 13만5천 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물산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5% 이상 급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으로 이어졌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합병삼성물산'으로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를 내년 3월1일까지 처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에 해당하는 규모로 24일 종가 기준 약 7300억 원에 이른다.
삼성SDI가 이 기한 안에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주식 취득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삼성그룹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SDI는 공정위에 2월 말로 예정된 처분 유예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정위는 요청이 접수될 경우 이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량 대기매물 이슈가 삼성물산 주가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 연구원은 “삼성물산 12월 기준 일평균 거래량이 35만 주 수준”이라며 “내년 3월1일까지 거래일 약 40일을 감안하면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가 매각해야 하는 지분가치가 약 7천억 원대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4분기 실적과 오버행 이벤트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오 연구원은 판단했다.
처분시한이 짧은 만큼 삼성SDI 보유지분 매각방식은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오너 일가가 매수하거나 KCC 등 우호관계에 있는 회사가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KCC는 28일 삼성물산 지분매입설과 관련해 "현재 매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전략적 제휴기업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SDI가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는 있다”면서도 “공정위 결정에 따라 500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 외에 현재로서 지분처리 방식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9월1일 주주들의 거센 합병 반대 속에 통합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삼성물산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강조하며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합병 이후 넉달이 가까워 오도록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주주들이 기대했던 합병에 따른 시너지도 아직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삼성그룹의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에서도 기존 사업부문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사옥을 경기도 판교로 옮기기로 하는 등 사업부별 각자 경영이 더욱 굳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