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시장이 위축될 때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 놓고 있을까?
가계대출 시장은 내년에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대출금리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시장이 위축되면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에서 집단적인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계대출 시장 위축, 취약층 부실 우려 커져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시장이 내년에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령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부채상환 부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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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올해의 절반 이하로 낮춰 잡고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이 은행들이 잡고 있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5% 수준이다. 올해 평균 10%(안심전환대출 유동화 포함) 넘게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를 경우 가계대출 시장은 더욱 경색될 수 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가계대출 금리는 비은행권 대출 금리 및 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중심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시장이 경색될 경우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대출금 상환에 취약계층의 집단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중고령층 대출이 차지하는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53%로 집계됐다.
김지섭 KDI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고령층은 구조적 요인으로 연금과 이전소득이 주요국 대비 낮아 부채 상환여력이 취약한 반면 부채규모는 상대적으로 과중한 상황”이라며 “소득 안정성이 취약한 고령층의 부채 상환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자금 등의 용도로 대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신용등급 문제로 제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시장이 위축 될 경우 부실 위험이 더 커진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고 생활비 마련 목적으로 시행된 대출이 많아 다른 소득 계층에 비해 부실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 금융위 “서민·취약계층 대출 이용에 지장 없어”
가계대출 시장이 위축될 경우 취약 계층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충격이 가장 먼저 오는 무담보대출이 아닌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거꾸로 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가계부채 구조 가운데 일부를 개선하는 방향이 아닌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문제의 차이점을 고려하려면서 조절해 나가는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도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전체를 옥죄는 것보다는 상환능력이 있는 고소득·고신용자에겐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이 자금이 소비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향후 강화된 심사가 신규대출로 제한돼 있고 충분한 예외사유도 두고 있어 서민·취약계층이 가계대출을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 시행 때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대출 수요에 대해 충분한 예외 규정을 두고 경직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대출절벽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은 서민·취약계층의 대출한도를 제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직 등의 사유로 소득증빙이 어려운 경우 최저생계비를 활용해 3천만 원 이하의 소액대출이 가능하고 불가피한 대출 자금 수요에 대해 분할상환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맞춤형 서민금융 대책을 통해 지원할 것”이라며 “맞춤형 연계지원 강화와 서민금융 공급 확대,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