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올해는 '
권광석 색깔'을 제대로 보여줄까?
권 행장은 올해 금융권 화두인 디지털 전환에 더해 대면 영업채널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어 기업투자금융(CIB)에서 솜씨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VG제도를 도입해 영업 확대에 시동을 건다.
우리은행은 2021년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공동영업체계인 VG제도를 4일부터 도입했는데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업무를 연계한 기업투자금융부문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VG제도는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 내외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것으로 단순 영업단위 변경을 넘어서 지점마다 분산돼 있던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전문분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일괄적으로 운영되던 지점을 지역 주요 고객층에 맞춰 운영할 수 있어 대면채널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권 행장은 여전히 대면채널 비중이 높은 기업금융 영업채널을 강화해 우리은행의 영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금융은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다.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며 개인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금융에서는 플랫폼 등 비대면 방식으로 영업채널이 옮겨가고 있지만 기업금융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기에는 거래자금 규모가 크고 담보 설정 등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권 행장도 4일 신년사에서 "대면채널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 접점이자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은행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바라봤다.
권 행장은 지난해 3월 해외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상황에서 은행장에 취임했다.
이에 영업확대 등 실질적 성과내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조직 안정과 고객신뢰 회복에 공을 들였다. 외부적으로 해외파생결합펀드 사태 피해자 보상을 마무리하고 내부적으로 파생상품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 외형중심의 영업문화를 바꿨다.
권 행장의 색깔을 보여줄 기회가 부족했던 셈이다. 반면 올해는 기업금융 영업 확대에 힘을 실으며 기업투자금융부문를 키워 투자금융 전문가로 솜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 행장은 2017년 2월 우리은행 투자은행(IB)그룹 부행장을 역임하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도 이끌었다. 2018년 2월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에 올라 5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등 투자 전문가로 평가된다.
기업투자금융(CIB)은 기업금융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분야로 꼽힌다.
올해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확보를 위한 주요 수익사업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경쟁 시중은행에 비해 기업투자금융을 키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
통상적으로 투자금융은 증권사 주도하에 진행되지만 우리금융그룹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권 행장은 2020년 7월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6년 만에 증권운용부를 설립하고 글로벌IB심사부를 신설하는 등 투자금융조직을 강화해뒀다.
이번 VG제도 도입을 통해 기업금융 영업채널도 강화된 만큼 본격적으로 기업투자금융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 행장은 "은행의 기본이 되는 영업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며 "저성장과 저금리 시장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기업투자금융이나 글로벌부문의 역량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