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리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허 부회장은 오리온 제품의 인지도와 영업망을 바탕으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해외 생수시장 공략에 힘을 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 제주용암수를 들고 국내 생수시장에 진출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0년 3분기 누적기준으로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매출은 106억 원에 그쳤다.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경쟁업체인 농심 백산수가 출시한지 1년 뒤인 2013년 매출 200억 원을 거둔 것과 비교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허 부회장은 1조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시장보다는 시장규모가 더 큰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허 부회장은 2019년 11월 제주용암수 출시 당시에도 해외시장에 무게추를 싣고 경영전략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그는 “제주용암수를 오리온 사업의 밀알로 삼고 큰 그림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생수로 매출 2조 원을 올리는 글로벌기업 다논그룹의 ‘에비앙’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허 부회장이 해외 생수시장에 힘을 주는 까닭은 오리온이 진출한 중국과 베트남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은 상수도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 많아 안전한 식수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생수시장은 34조 원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5년 동안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유로모니터는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생수 규모가 2023년에 10억7500만 리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 베트남에서 팔린 생수규모와 비교해 87.2% 늘어나는 것이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쌀과자 등 기존 제품들이 중국과 베트남에서 최근 좋은 실적을 거두며 호감을 얻고 있는 점과 건강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 제주용암수의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안전한 식수를 향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한류열풍과 오리온의 기존 제품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주용암수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최근 해외법인에서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제주용암수 등 신규사업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오리온은 2020년 중국법인에서 매출 1조1053억 원, 베트남 법인에서 매출 3006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보다 중국 법인 매출은 13%, 베트남 법인 매출은 19%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의 제과사업에서 안정적 실적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2021년에도 해외시장에서 견조한 매출 증가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생수시장이 조기 안정화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