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대체적으로 출마 결심을 굳히고 출마선언의 뜸을 들이고 있다고 본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가 선제적으로 출마를 밝히면서 치고나온 마당이라 지금은 출마선언 시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 전 의원은 12월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제 국민과 다시 시작하겠다. 마음 굳게 먹겠다. 더욱 단단해지겠다. 반드시 국민을 살리겠다”고 적었다.
그는 “선거로 사람이 바꿔야 정책이 바뀐다”라며 “선거로 국민 삶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많다.
나 전 의원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계속해 거명돼 왔다. '큰 싸움'을 도모하기 앞서 사법적 부담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 검찰은 최근 나 전 의원을 둘러싼 고발사건에 모두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족쇄 하나를 완전히 풀어준 셈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며 더 큰 정치적 미래도 꿈꿀 수 있다. 10년 동안 진보진영이 차지했던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한다면 단번에 유력 대통령선거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추문에서 비롯돼 치러지는 만큼 나 전 의원이 여성이란 점은 경선이나 본선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룰에 여성 가산점이 적용될 가능성도 남아 있고 당원이나 일반국민들이 이번 선거만큼은 여성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여지도 있다.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전 시장에 견줘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지명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벌어지는 보궐선거라 이번 선거는 이른바 '지명도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후보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보수야권 후보단일화와 그 뒤 본선을 생각하면 상황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나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이미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 정면으로 대결해야 한다. 인지도만 따진다면 대선후보급인 안 대표에게 밀릴 수도 있다.
여론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야권 지지층의 서울시장 적합도를 조사했을 때 나 전 의원은 18.8%의 응답을 받았다. 39.6%의 응답을 받은 안철수 대표에 2배 이상 뒤쳐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5.6%를 얻었다.
이 여론조사는 시사저널의 의뢰를 받아 12월26~27일 이틀 동안 서울시민 1003명을 접촉해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나 전 의원은 안 대표의 높은 지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12월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여론조사 1위라는 것은 아직 의미가 없다”며 “오차 범위 안일 뿐 아니라 당내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더하면 안 대표보다 훨씬 높다”고 대답했다.
예선을 통과했다 해도 본선은 또 다른 문제다. 나 전 의원은 기성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자리잡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여론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은 유력한 여권 후보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자대결에서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박 장관에게 밀렸다. 나 전 의원은 32.9%를, 박 장관은 37.5%를 얻었다. 반면 이 조사에서 안 대표(42.1%)는 박 장관(36.8%)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전운행을 선호하는 나 전 의원의 성향을 근거로 그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