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의 모회사인 KT는 자회사 사장단에 특별한 임기를 부여하지 않고 1년 마다 갱신한다. 이 사장도 따로 임기 정해져있지 않지만 올해 말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카드업계에서는 BC카드가 올해 실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 사장 연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BC카드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순이익 737억4601만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3분기 기준으로도 순이익 199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4% 감소했다.
이 사장은 8곳 전업 카드사가 올해 3분기 순이익 5669억 원을 거둬 2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다만 이 사장이 올해 3월 취임해 BC카드를 이끈 기간이 짧아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영업비용 차감 전 매출을 살펴보면 BC카드는 올해 3분기 8634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불과 0.6% 감소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 감소폭이 큰 것은 지난해 진행한 차세대시스템 고도화와 사옥 이전에 따른 것"이라며 "이동면 사장 취임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C카드는 2019년 전산시스템 노후화에 대응해 차세대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하고 을지로에 사옥을 매입하는 등 자산 투자를 늘렸는데 올해부터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용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사 차원의 사업체질 개선에 발맞춰 이 사장 연임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사장은 10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KT는 앞으로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화하겠다"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에 집중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인데 BC카드도 빅데이터분야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공산이 크다.
BC카드는 전업 카드사들과 달리 카드 발급을 통한 수수료사업보다는 카드사에 결제 프로세싱을 제공하는 B2B(기업간 사업)사업자에 가깝다. 단일 카드사보다 결제 데이터 및 가맹점 데이터 확보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BC카드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데 이 사장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사장은 1991년 KT에 입사해 기술개발부서를 두루 걸친 연구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KT융합기술원장과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을 역임하는 등 빅데이터분야에서도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이런 경력이 금융사 수장으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았지만 BC카드 체질 변화에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데이터, 플랫폼, 인공지능 등 금융권에 정보기술 중요성이 커지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기술 전문가들이 금융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사장은 취임기간이 짧았음에도 빅데이터 관련 사업 추진에 활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6월 가맹점 카드 결제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선보였고 9월에는 부산지역에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랩'을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정부 주도 디지털뉴딜사업의 핵심 과제로 BC카드가 금융 분야에서 최종 선정된 것이다.
이에 더해 2021년 마이데이터사업 등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기회가 열리는 만큼 이 사장의 연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동면 사장은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데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올해 취임 기간이 짧았을 수 있다"며 "국내 최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KT의 통신데이터, 케이뱅크 금융데이터 등 앞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