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부진한 실적의 반등을 위해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두 축으로 차별성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추진한 데다 저금리로 이자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채널 확보를 위한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 행장이 취임하자마자 실적 반등을 이끌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이자수익 개선이 어려운 만큼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3분기에 순이익 710억 원을 거두며 2019년 3분기보다 21% 줄어들었다.
이자수익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감소했지만 비이자수익은 25.5% 상승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상할 수 없어 비이자수익에 거는 기대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유 행장은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비이자부문에 속하는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에서 솜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 행장도 10월28일 취임사에서 "우리가 지닌 특화된 차별점을 극대화해 지속적으로 시장 우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특별화된 차별점으로 자산관리서비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금융서비스, 편리하고 안전한 디지털금융서비스 등을 꼽았다.
특히 자산관리부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금리 기조로 예금상품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금융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해서 공급해야하기 때문이다.
유 행장은 영업채널 확보를 위해 디지털 전환에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영업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17년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진행했다. 이에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전국에 43개 지점만 보유하고 있다.
일상적 은행업무는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으로 처리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대형센터 위주로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박진회 전 행장이 차세대 모바일앱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하던 '오디세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서 대규모 지점 통폐합으로 보유한 지점도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후 앞당겨진 비대면사회에서 영업 채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유 행장은 "기업금융 전산 개선 및 모바일뱅킹 업그레이드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필요한 투자들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유 행장은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그룹장을 역임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와 다국적기업부 심사역, 다국적기업 본부장 및 기업금융상품 본부장을 거쳤다.
잠시 한국씨티은행을 떠난 2014년에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 공동지점장으로 근무하며 기업금융총괄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유 행장은 국내 첫 여성 민간은행장으로 10월27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