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를 누가 차지할까?
쌍용양회 매각 본입찰이 22일로 확정됐다.
쌍용양회 매각에 따라 시멘트업계의 판도가 달라진다. 쌍용양회 매각 예비입찰에 7곳이 참여해 인수전 열기가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쌍용양회 본입찰에서 흥행을 좌우할 변수가 많다.
쌍용양회 2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멘트업계 담합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 쌍용양회 본입찰, 연말이 뜨겁다
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쌍용양회 채권단은 최근 쌍용양회 최종입찰 안내서를 인수후보들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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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민 쌍용양회 사장. |
최종입찰안내서에 매각 본입찰 일정이 포함됐다. 당초 쌍용양회 본입찰은 17일로 예정됐으나 22일로 다소 늦춰졌다.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 3705만1792주가 매각 대상이다. 지분율은 46.14%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각가격을 7천억~8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시멘트업계 1위다. 지난해 기준 시멘트 시장의 약 22%를 점유하고 있어 10%대 점유율의 2위권 업체들과 격차가 크다. 또 내륙과 해안에 모두 공장을 두고 있어 지역별로 탄력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근 벌어진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기존 시멘트회사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쌍용양회가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레미콘기업인 삼표가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쌍용양회는 1위 자리를 지켰다.
따라서 쌍용양회를 인수할 경우 시멘트업계 1위 자리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시멘트산업은 요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시멘트 원가의 35%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과 유가의 하락에 따른 운송비 절감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쌍용양회는 3분기까지 매출 1조5197억 원, 영업이익 166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47.9% 증가했다.
쌍용양회 예비입찰에 한일시멘트, 유진PE, 한앤컴퍼니, 라파즈한라시멘트, IMMPE, 스탠다드차타드PE, 글랜우드PE 등 7곳이 뛰어들었다.
◆ 쌍용양회 매각에 변수될 악재들
그러나 본입찰이 그렇게 뜨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쌍용양회가 몇 가지 악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양회 단일 최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는 경영권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지분 32.26%를 보유하고 있는데 채권단의 쌍용양회 매각에 반발해 우선매수청구권 지위확인 소송을 서울중앙법원에 냈다. 태평양시멘트는 2000년 쌍용양회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았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일 열린 소송에서 “지금이라도 채권단과 지분매각을 놓고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협상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조정기일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당혹스럽다며 지분매각이 진행되고 있어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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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양회 동해공장. |
이 소송은 내년 1월29일 또 열린다. 이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 쌍용양회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 쌍용양회를 인수하더라도 피곤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멘트업계 담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대목도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쌍용양회 등 7개 시멘트회사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시멘트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쌍용양회는 최대 3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쌍용양회 연간 영업이익의 2배 수준이다. 쌍용양회를 인수한 뒤 이런 과징금을 물게 되면 재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과징금 규모가 쌍용양회 매각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업황 전망이 중장기적으로 불투명한 점도 쌍용양회 매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시멘트기업들은 최근 주택경기 상승에 따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주택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에 따라 시멘트산업도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동양시멘트 소수지분 매각이 불발된 것도 시멘트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19.09%에 대한 매각 본입찰이 최근 열렸으나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