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가 다음주 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재무관료출신이 유력후보에 거명되면서 '모피아(전직 재무관료가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 논란도 불거져 업계출신 깜짝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왼쪽부터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다음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거명되는 후보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다.
규제가 많은 보험산업의 특성상 협회장 자리에는 업계출신보다는 당국과 소통에 유리한 정재계출신 인사들이 선호된다.
특히 새로운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가입 등 보험 산업에 굵직한 과제들이 남아있는 만큼 업계 안에서 힘 있는 회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진 전 원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다.
진 전 원장은 행시 28회로 금융감독원장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언론과 친화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진 전 원장은 손해보험협회장 후보에 거론됐지만 직접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생명보험협회장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이 밖에 관료 출신의
최종구 전 위원장도 현재 라이나생명보험의 사회공헌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간접적으로 생명보험업계에 몸담고 있다는 점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는 금융위원장 시절인 2019년 난해한 보험약관 개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등 보험산업에 높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고사한 만큼 생명보험업회장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의 바람대로 관료출신의 힘있는 인사가 생명보험회장에 오르면 모피아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금융관료 출신이 영향력 있는 부처나 기관을 독식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2일 경제부처 출신인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된 뒤에도 모피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정 이사장은 공직에서 내려온 뒤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데 이어 손해보험협회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일각에서 '낙하산'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소비자연맹은 3일 성명을 통해 "정지원 이사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었다”며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모피아로 승승장구 하며 수차례 낙하산을 꿰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일에는 SGI서울보증 다음 사장으로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사실상 내정되면서 이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장 유력후보로 꼽히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최근 은행협회장 자리를 고사하며 "업계를 잘 알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업계 출신이 낫지 않겠나"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업계 출신 인사가 깜짝 등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업계출신 인사는
차남규 전 한화생명 부회장,
이병찬 전 신한생명 사장 등이다.
생명보험협회는 2014년 이후 삼성생명 대표이사 출신의 이수창 전 회장과 KB생명 대표이사 출신의 신용길 회장이 6년 동안 협회장을 맡아왔다. 이번에도 업계 내부에서 나올 가능성은 열려있다.
2017년 당시에도 손해보험협회가 금융감독위원장 출신인 김용덕 회장을 선임하면서 생명보험협회장에도 관료출신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업계출신인 신용길 회장이 선임된 바 있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는 18일 첫 회의를 열고 회장후보 선임일정 등을 논의한다.
위원회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의 대표이사와 장동한 한국보험학회장, 성주호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 등 총 7인으로 구성됐다.
위원회가 회장후보를 추천받은 뒤 최종후보를 결정하면 회원사들이 총회를 열고 다음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