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하며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수를 줄인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키우려는 다른 보험사들과 대비되는 행보로 합병을 통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자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한화생명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합병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생명은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이다. 한화생명이 두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은 12월15일 합병된다. 합병 뒤 한화라이프에셋이 남고 한화금융에셋은 소멸된다.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은 순손실을 내며 한화생명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화금융에셋은 2018년 순손실 4억9천만 원, 2019년 순손실 20억9900만 원을 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순손실 19억5200만 원을 봤다.
한화라이프에셋의 순손실은 2019년 9억8600만 원, 올해 상반기 53억6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합병을 놓고
여승주 사장이 한화생명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상품 제조만 담당하고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이 판매를 전담하는 구조로 바꾸기 위해 판매창구를 일원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이 영업조직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에 넘기면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설계사 위촉계약도 직접 맺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용에 따르는 번거로운 문제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 효율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제조·판매 분리를 위해 영업조직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으로 넘기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먼 훗날에나 이뤄질 보인다”며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조직과 판매조직을 분리하기 위한 것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사장이 설계사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봐도 제조·판매 분리를 위해 영업조직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에 넘길 것이란 해석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화생명은 최근 모바일앱에 기반한 새 디지털 영업채널 ‘라이프MD’를 출범하고 비대면 채널로 설계사를 육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라이프MD의 설계사는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로 잡힌다.
영업조직을 확대하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인 것이다.
한화생명과 달리 현재 보험업계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신한생명이 8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했다.
현대해상도 10월 채널전략TF(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에는 모두 13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이 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전속설계사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법인보험대리점의 설계사는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생명보험사를 모회사로 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은 생명보험상품으로 모회사의 상품을 판매하고 손해보험은 자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기존 생명보험사의 설계사는 손해보험사 가운데 한 곳에 코드를 내고 판매를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