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KT에 따르면 2021년부터는 온라인에서 유통하는 웹드라마나 웹예능을 벗어나 극장용 영화와 중·장편 드라마 등 규모가 큰 콘텐츠들을 제작할 계획을 세워뒀다.
KT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웹소설 자회사 스토리위즈 분사 등으로 그룹 안에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 유통, 배급할 수 있는 ‘벨류체인’을 완성했다"며 "이를 발판으로 2021년부터는 콘텐츠의 규모와 질을 높여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콘텐츠의 소비방식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TV는 극장용 영화의 핵심 유통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KT가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 규모를 더 키우면 키울수록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 등을 제작하는 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KT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인수한 현대HCN에 더해 딜라이브까지 인수하게 되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41.4%로 높아진다.
구 사장은 최근 취임 7개월 만에 연 KT 경영진 공식 간담회에서 “KT그룹은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 1256만 명을 확보했는데 이는 국민의 4분의 1 수준이고 가구 수로 따지면 50%에 가까운 점유율”이라며 “현대HCN을 인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2021년부터는 콘텐츠부분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콘텐츠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KT는 2020년에도 KT스카이라이프의 콘텐츠 자회사 ‘스카이TV’를 통해 디스커버리채널과 콘텐츠 합작회사를 세우고 외부기업들과 협업을 늘리면서 자체제작 콘텐츠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을 통해서도 2020년에만 자체제작 콘텐츠 80여 개를 선보였다.
다만 지금까지 KT 자체제작 콘텐츠는 10~20분 정도의 짧은 분량의 웹드라마와 웹예능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콘텐츠시장에서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기존 유료방송사업의 경쟁자인 국내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또 카카오, 네이버, CJENM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기업들도 콘텐츠사업을 키우고 있어 만만치 않은 상대로 꼽힌다.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확고히 하며 우위에 서 있지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까지 포함하면 구 사장이 원하는 ‘압도적 1위’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넷플릭스는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637만 명으로 1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방송3사의 통합 플랫폼 웨이브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346만 명, CJ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은 254만 명이다.
KT 시즌은 같은 기간 월간 활성사용자 수가 236만 명으로 집계됐다. 시즌은 현재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 점유율도 1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 KT가 현대HCN 인수에 그치지 않고 케이블TV 추가 인수를 통해 미디어사업 덩치를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딜라이브는 KT가 미디어사업에서 자체제작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가입자 규모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또 배우 등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IHQ도 있어 콘텐츠 제작부분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구 사장은 그룹 각 사업영역에서 계열사들이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 사장은 미디어사업에서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을 인수하면서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를 확보했고 취임 뒤 세운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통해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 지적재산을 발굴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
딜라이브를 인수해 배우 등 엔터테인먼트 쪽 자산도 보유하게 되면 미디어 콘텐츠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재료 모두를 갖추는 셈이다.
카카오도 카카오TV로 미디어플랫폼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웹소설 자회사 카카오페이지, 엔터테인먼트 계열 카카오M 등을 통해 콘텐츠사업 쪽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KT는 앞서 5일 딜라이브 채권단이 진행한 매각 예비입찰에 국내 이동통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